[강소농을 찾아서] (68) 강동춘 사천 봄춘농장 대표

주경야독, 주경야컴이다. 시설 하우스에서 키운 토마토의 매출 절반가량을 인터넷 쇼핑몰이나 SNS 등을 통해 얻고 있다. 남들이 잠든 밤, 봄춘농장의 컴퓨터는 하루 중 가장 바쁘다.

농촌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한평생 농업에 뼈를 묻고 있는 사천 봄춘농장 강동춘(59) 대표. 월급쟁이 생활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진짜 농군'이라는 강 대표는 1982년 농업인 후계자로 선정돼 축산업을 6년쯤 하다 시설원예로 전환해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

◇한우에서 토마토로 = "농업의 미래를 생각하니 시설 원예가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마침 주위에 수박 농가가 있어서 견학해보니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우 사육에서 시설원예로 바꿔 토마토를 도입했죠."

수박은 30도 이상의 고온에서 자라는 식물. 따라서 하우스 내 온도를 높여주기 위해서는 난방비가 많이 들었다. 작목 선택을 위해 고심한 결과 햇볕이 좋은 사천 지역의 특성상 토마토가 제격이다 싶었다.

공부와 고민 끝에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지만, 힘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책을 봐도 실제 땅은 책과는 달랐다. 오로지 경험으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젊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오로지 책에서 읽은 대로 물을 주고 거름을 줬죠. 현재 영양성장을 하고 있는지 생식 성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토마토가 크면 크는 대로 따서는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힘든 시기였습니다."

◇수경 재배 시스템 도입 = 그래도 첫해 농사는 무척이나 잘 됐다. 땅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정도 농사를 지으니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 정도 기술을 알게 되자 크게 키우려는 욕심이 생겼고, 땅을 혹사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토양에 병이 생기기도 했죠.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그때쯤 농업기술원에서 기술 교육을 받으면서 네덜란드에 견학을 갔는데, 허허벌판에 수경재배(양액재배) 유리온실이 있는 겁니다. 당시에는 꿈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것을 직접 보고 왔습니다."

돌아와서 양액재배 시스템에 과감히 투자했다. 순수 자부담 3000만 원으로 2000㎡(600평)에 양액 시설을 갖췄다. 이것이 2006년이다.

"그해 농사가 정말 잘 됐습니다. 엄청나게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아마 정부 지원을 받아서 했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릅니다. 순수 자부담으로 시설을 하다 보니 실패를 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노력과 공부를 더 많이 한 듯합니다."

◇온라인 판매 집중 = 강 대표가 인터넷 판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공판장 가격 하락과 불안정 때문이었다.

"10㎏ 한 상자에 2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갈 때도 있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어줬는데, 1년에 2~3상자 판매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2000년, 컴퓨터의 컴자도 모를 시기였죠. 새로운 판매방식을 찾기 위해 컴퓨터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밤이 되면 도내 비슷한 사정의 농가와 채팅을 통해 정보도 교환했다.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하며 공부했다.

"농사보다 공부에 더 신경을 쏟은 듯하네요. 밤이 되면 어떻게 온라인 판매를 하는지, 홈페이지 팝업은 어떻게 올리는지 검색하고 공부했습니다. 농업기술원이나 센터에 야간 교육도 무수히 다녔습니다. 수료증만 몇백 개 있습니다."

화상채팅을 하며 토마토를 홍보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토마토를 사라고 한 것은 아니다. 채팅하면서 토마토 주스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관심을 유발했다. 그리고 고객 게시판에 올라오는 주문과 문의사항에는 그날 꼬박꼬박 댓글을 달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러다 보니 단골은 강 대표의 일거리가 늘어난다며 일부러 게시판에 글을 남기지 않는 일까지 생겼다.

부창부수라고 했다. 부인 최미숙(54) 씨는 요즘 '주경야폰'에 빠져 있다.

"아내의 카카오스토리 친구가 500명인데, 현재 친구대기인 사람이 200명이나 됩니다. SNS에서는 유명인사예요. 매일 새벽 2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SNS를 합니다. 여기에서도 토마토를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2년 동안 지내다 보니 팔립니다. 직접 농장에 와서 둘러보고 선물용으로 사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SNS가 상당한 효과가 있어요."

강동춘 봄춘농장 대표가 크기별로 선별된 토마토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원정 기자

◇한겨울 무농약 토마토 재배 = 겨울철 토마토 재배의 문제점은 병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온라인 판매용 2000㎡(600평)는 무농약 재배, 가락시장 등 공판장용 4000㎡(1200평)는 저농약 재배로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

"사실 겨울에는 무농약 재배가 힘듭니다. 잿빛곰팡이병 때문이죠.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겨울철 무농약 재배를 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무농약으로 하다가 실패도 했습니다."

겨울철 병을 잡기 위해서는 하우스 내 환경을 적절히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유류비도 많이 들고 온도 관리, 습도 관리 등을 위해 농민의 손이 몇 번 더 가야 한다는 뜻이다.

농민들에게 '농사 실패'란 크나큰 타격이다. 작게는 한 해 수확량이 급감하거나 전혀 없다는 것이고, 크게는 그 피해가 몇 해를 가기도 한다. 그것이 선뜻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강 대표가 고집스럽게 친환경 재배를 하는 것은 '건강' 때문이다.

"20년 전 간암 판정을 받고 수술한 적이 있습니다. 3개월 시한부라고 했죠. 수술실에 들어갈 때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희망을 버리고 있었습니다. 수술 결과 암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지금까지 잘살고 있지만, 그 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주위에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됐고, 저처럼 아픈 사람들을 위해 몸에 좋은 농작물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무농약 하우스에서는 농약은 물론 친환경 방제 약제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환경으로 병을 잡는다고 한다. 그리고 '데프니스'라는 병에 강한 토마토 품종 선택으로 겨울철 무농약 재배를 가능하게 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데프니스는 다른 농민들이 선호하는 토마토 품종에 비해 단맛은 약하지만 단단하고 보관이 오래된다.

◇후진 양성 매진 = 요즘 강 대표의 걱정은 바로 '후진 양성'이다.

"30년 가까이 쌓은 노하우를 전수해야 하는데 그럴 사람이 없습니다. 아들도 관심이 없어 해요. 자식들에게 농사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점점 젊은 사람이 농촌에 없어질 텐데 기술을 전수할 사람을 찾고 싶습니다."

봄춘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토마토 지역품목 실습장으로 지정받았고, 여러 지역 마이스터 대학에서 견학 오기도 한다.

또 강 대표는 지난 19일 철원군 주산지 현장 영농기술 교육 토마토 과정을 방문해 재배 농민 200명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등 기술 교육을 여러 곳에서 하고 있다.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에서 사례발표도 여러 차례 했다.

"돈은 벌 만큼 벌었습니다. 이제는 의욕 있는 젊은 사람에게 노하우를 공개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강 대표는 '교육농장'을 신청해 예산확보를 했지만, 업무를 진행할 인력이 없어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재배 규모를 더 늘릴 욕심은 없습니다. 지금도 이 시설에서 유리온실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직거래 비중을 더 늘리고 품종 개량 등을 통해 무농약 재배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건강한 토마토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하는 일이자 앞으로 할 일입니다."

<추천이유>

◇정대정 사천시농업기술센터 원예특작담당 채소담당자 = 봄춘농장 강동춘 대표는 농업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비자 중심의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체험교육농장 운영, 0.6ha의 토마토재배시설로 연간 162t의 많은 수확으로 3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지역의 핵심지도자입니다. 경남농업마이스터대학 졸업, 네덜란드 PTC 교육 등 선진농업기술을 접목한 국제적 안목과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또한 물 떨어짐 방지시설, 고온기 재배를 위한 온도하강 포그시설 등으로 첨단농업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마토 수경재배 시 무배액 방식을 시험 재배하고 토마토 재배 신기술을 선도하는 성실한 일꾼이자 진정한 농업CE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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