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통영국제음악제 미리보기]살바토레 샤리노 등 음악가 관객맞이

바다 그리고 윤이상. 통영 출신의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2014 통영국제음악제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7일간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 2002년 시작된 통영국제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시스케이프스(Seascapes·바다경치)'다.

◇윤이상을 만나다 =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은 윤이상. 그는 '평화와 화합'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의 궁극적인 목표라 말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윤이상의 자취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에 응답이라도 하듯 개막과 폐막 공연에 윤이상을 전면화했다.

28일 오후 7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Ⅰ'(지휘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의 첫 곡은 윤이상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유동'(1964)이다.

개막공연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통영국제음악재단

'유동'은 '오 연꽃 속의 진주여'(1964)와 함께 사신도에 감동을 하고 쓴 작품으로 알려졌다. 서양음악 속에 동양을 담아내는 일에 몰두한 윤이상에게 영감을 준 소재가 바로 고구려 고분벽화 등에 그려진 사신도였다.

윤이상은 민족의 이상을 동물 형상으로 표현한 사신도를 보고자 지난 1963년 방북했다가 동백림 사건(1967년)에 연루됐다.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는 독일과 프랑스로 건너간 194명에 이르는 유학생과 교민 등을 간첩으로 지목했다.

당시 사형 선고를 받은 윤이상은 유럽 음악인들의 탄원서 등으로 가까스로 감형됐고 결국 서독으로 귀화했다.

3일 열리는 폐막 공연 '윤이상을 만나다'(연출 변혁·안무 정의숙)는 윤이상의 삶을 무대로 옮겼다. 다큐멘터리 형식에 현대무용을 더한 폐막작은 윤이상이 1960년대 유럽 현대음악의 첨단 어법으로 한국적 음향을 표현할 가능성을 찾아내고 정중동(靜中動, 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이라는 개념으로 돌파구를 제시하는 등 당대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과정을 담았다.

작곡가 살바토레 샤리노. /통영국제음악재단

◇소통하는 레지던스 음악가들 = 지난 2011년 첫선을 보인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제도는 음악가들이 1회 공연에 그치지 않고, 통영에 상주하면서 독주·협연·앙상블·심포지엄 등 다양한 형태로 관객과 소통하도록 한다.

올해 레지던스 음악가는 살바토레 샤리노(작곡가), 티그란 만수리안(작곡가), 노부스 콰르텟(현악사중주단), 베셀리나 카사로바(메조소프라노) 총 4명이다.

이탈리아 출신인 살바토레 샤리노는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과 오스트라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주요 극장과 축제 공연을 통해 작품 세계를 알리고 있다. 그의 음악극 <죽음의 꽃>은 지난 1998년 독일 슈베칭엔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16세기 작곡가 카를로 제수알도가 아내와 아내의 연인을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제수알도는 16세기 작곡가답지 않게 파격적인 불협화음과 과감한 선율의 작품을 남겨 20세기 이후 작곡가들에게 주목받아 왔다.

작곡가 티그란 만수리안. /통영국제음악재단

또 다른 상주 작곡가 티그란 만수리안은 아르메니아 출신으로 몽환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가 작곡한 '레퀴엠'은 제1차세계대전 중에 있었던 아르메니아 대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이다. '레퀴엠'은 30일 오후 8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TIMF 레지던스 작곡가' 무대에 포함돼 연주된다.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통영국제음악재단

상주 연주자 노부스 콰르텟은 김재영·김영욱(바이올린), 이승원(비올라), 문웅휘(첼로) 4명으로 구성된 현악 사중주단이다.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 1위, 독일 ARD 국제 음악콩쿠르 준우승,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 3위와 청중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끝으로 베셀리나 카사로바는 불가리아 출신의 메조소프라노로서 힘이 넘치면서도 따뜻한 음색으로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를 섭렵하고 있다.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 /통영국제음악재단

◇통영 곳곳에서 열리는 프린지 공연 = 통영국제음악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프린지 공연도 음악제 기간 열린다.

올해는 116개 팀이 참가해 139회의 공연을 통영 곳곳에서 펼친다. 공연 장소는 통영국제음악당 야외무대, 윤이상 기념공원 메모리홀과 야외무대, 강구안 문화마당, 동피랑 정상, 동피랑 우체통 6곳이다. 찾아가는 프린지 공연도 있다. 통영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장사도 등을 직접 찾아 음악을 들려준다.

프린지 공연 시간표는 통영국제음악제 홈페이지(www.timf.org)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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