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서진고 재배정 요구를 통해서 본 교육실태


2002학년도 고등학교 배정과 관련해 진주지역 서진고등학교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서진고에 배정을 받은 학생의 부모들은 마무리조차 되지 않은 공사장으로 자녀들을 보낼 수 없다며 재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당국은 현재 진행중인 7차 교육과정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비판에서 공개적인 서명작업과 재배정 요구로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갈등을 통해 우리는 교육과정에 짜맞추기 위한 교육당국의 무리수와 학부모들의 신설학교 기피증을 쉽게 읽을 수 있다.
△7차 교육과정 추진에 따른 무리수 = 교육당국의 7차 교육과정 추진에 있어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다. 학생의 수준별 및 선택중심의 교과과정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는 7차 교육과정은 결국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그에 따른 교실증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정책추진은 학교 건립공사의 부실에 대한 우려와 각종 민원 등 교육현장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진고 문제 역시 동일선상에 있다. 학급당 인원수 감축을 위해 모두 13학급, 455명 규모로 들어서는 서진고는 지난해 11월6일 대성건설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 아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도교육청이 밝히는 것처럼 3월5일 완공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올해 1학년을 모집한 뒤 모자라는 교사에 대한 신축을 다시 추진해야 할 상황이어서 학부모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한태열(51) 도교육청 학교운영 과장도 지난 21일 서진고 학부모와의 토론 자리에서 서진교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정부의 7차 교육과정에 맞추기 위해 추진하는 일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만 말해 사실상 무리수가 있음을 인정했다.
△학부모들의 신설학교 기피증 = 이번 문제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학부모들의 신설학교 기피증이다. 학벌이 중시되고 동문관계가 사회적 성공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 생긴 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으려는 게 일반적이다.
진주교육청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물론 당일 교육청 관계자와의 논의 과정에서도 신설학교에 학생을 보내기 싫어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그대로 드러났다.
인터넷 게시판에 ‘학부모’라며 글을 올린 이는 “우리 아이가 선배도 없이 1회 졸업생이 될걸 생각하니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적었다.
또 천전초교 강당에서 열린 토론 과정에 참석한 학부모 역시 “선배도 없는 학교 졸업해서 무엇을 하겠냐”라고 목소리를 높여 신설학교 기피증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이와 함께 진주지역의 경우 서진고 뿐만 아니라 36학급 규모로 평거동에 완공된 신진초등학교도 학구조정(배영과 신진으로 분리)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배영초교를 고집, 위장 전입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진주교육청 관계자는 “학구조정을 통해 보면 아직까지 전통과 명문을 중시하는 학부모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며 “교육당국의 치밀한 준비는 물론 학부모들 역시 낡은 사고방식을 떨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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