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탈핵' 논의가 슬슬 지펴지고 있다. 궁극적인 계기는 물론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이다. 이웃 나라의 방사능 유출 사태를 계기로 시민은 밥상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으며, 특히 경남은 원전 문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7년 전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났지만, 여전히 가동 중인 고리 1호기 등 원전이 밀접한 고리로부터 30㎞ 반경에 양산 일부 등 경남권이 들어있다. 밀양의 고압 송전탑 문제만 해도 신고리 원전 3·4호기 건설과 연관된다.

이번 선거에서 탈핵 의제를 부각하기 위해 환경단체 등은 '그린 매니페스토 네트워크'를 꾸려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도지사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5명 후보에게 6가지 탈핵 문제를 질의하였다. 그 내용은 원전 추가 건설 중단, 고리 1호기 폐쇄, 현행 반경 8~10㎞인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30㎞ 확대, 탈핵에너지 전환 도시 선언, 방사능 없는 안전급식 조례 제정, 밀양 송전탑 사태 해결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통합진보당 강병기 예비후보는 모든 질문에서 찬성을 표했고, 민주당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대부분 찬성한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박완수 예비후보와 민주당 정영훈 예비후보는 탈핵 정책에 대해 유보 입장을 취했으며 찬성 답변은 1~2개에 그쳤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모든 질문에서 유보라고 답한 홍준표 지사이다. 심지어 다른 후보들이 모두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답한 밀양 송전탑 사태조차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송전탑 사태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아 사태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다른 후보들 대부분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안전급식 조례 제정에도 그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홍 지사는 지난해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할 당시에도 학교 급식을 대수롭지 않은 일쯤으로 폄하한 적이 있다.

새누리당 부산시장 유력 후보들조차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등 정부의 원전 정책 확대를 거스르는 움직임과 비교하면, 도지사 후보군의 탈핵 의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낮은 편이다. 경남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고 있어 태양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추진하는 데 적격지이기도 하다. 도지사 후보들이 도민 안전과 생존권, 환경을 위해 탈핵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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