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갑이다]야권후보 탈핵 의지 높아…홍준표 '정리된 게 없어'

6·4 지방선거에서 탈핵 등 에너지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거나 신규 건설 대상지역은 탈핵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생활협동조합 등이 초록연대 '그린 매니페스토 네트워크'를 꾸려 '초록에 투표'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방선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남은 부산 고리원전과 가까워 핵사고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 같은 선거 흐름과 경남이 처한 조건에서 경남도지사 선거 후보들(새누리당 박완수·홍준표, 민주당 김경수·정영훈, 통합진보당 강병기)에게 의제로 떠오른 탈핵 등 에너지정책에 대한 의견들을 물어봤다.

◇에너지정책 전환 의제들 =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 뜻을 밝힌 후보 5명에게 견해를 요구한 의제들은 ①추가건설 중단을 통한 탈핵 ②고리 1호기 즉각 폐쇄 ③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로 확대 ④탈핵·에너지전환 도시선언 ⑤방사능 없는 안전급식 조례 제정 ⑥밀양 송전탑 사태 해결 등 6가지이다.

①과 ②는 후보의 탈핵 의지를 묻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났는데도 2017년까지 10년 더 연장가동 중인 부산시 기장군 고리 1호기는 안전성 문제로 폐쇄 요구를 받고 있다. ④번 의제는 3년 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를 비롯해 전국 46개 자치단체가 동참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③번 의제는 핵발전소 사고 시 대피와 치료 등 효과적인 비상대책을 위한 것인데, 현재 반경 8∼10㎞인 것을 30㎞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 50㎞ 떨어진 지역에도 대피령이 내려졌고,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핵사고 지역 30㎞ 이내에는 현재까지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고리에서 경남도청까지 직선거리로 56㎞에 불과한 경남지역도 영향권이다. 부산·울산뿐만 아니라 경남 양산 일부 등 고리원전 30㎞ 반경에는 340여만 명이 살고 있다. 50㎞ 안에는 양산, 김해, 밀양, 창원까지 포함되며, 거주민이 560만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비상계획구역을 30㎞로 넓힐 것을 권고하고 있다.

⑤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조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아이들의 건강 문제를 위해 제기되고 있다. ⑥번 밀양 송전탑 사태는 핵발전소 증설과 장거리 송전에 따른 에너지정책과 맞물려 있어 후보들에게 물었다.

후보들에게 6가지 의제에 대해 △찬성 △반대 △검토 △유보 등 4가지 유형으로 답변을 받았다. '검토'는 긍정적으로 정책 반영을 고려해보겠다는 반응이고, '유보'는 입장표명을 미룬 것이다. 직접 후보와 전화통화로 답변을 들었으며, 홍준표 도지사는 측근을 통해 확인했다.

   

◇후보들 탈핵 의지 비교해보니 =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도지사는 6가지 의제 모두에 '유보' 입장을 밝혔고, 통합진보당 강병기 예비후보는 모두 '찬성'했다. 홍 지사 측은 '유보' 입장에 대해 "아직 정리된 의견이 없다"며 에너지 관련 정책을 마련하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제 가운데 ①'핵발전소 추가건설 중단을 통한 탈핵'에 대해 민주당 소속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과 통합진보당 강병기 예비후보만 찬성했다. ②고리 1호기 즉각 폐쇄는 민주당 김경수 본부장과 정영훈 예비후보, 통합진보당 강병기 예비후보 3명이 찬성했다. 새누리당 박완수 예비후보는 연장가동 시한인 2017년 가동중단 의견을 밝혔다.

⑥밀양 송전탑 사태에 대해서는 홍 지사를 제외한 4명 모두 '적극적 해결 모색'을 하겠다고 했다. 4명 모두 홍 지사가 밀양 갈등을 중재·조정하지 못한 데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의지를 밝혔다. 박완수 예비후보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본부장은 "경남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유리한 조건이다. 국가정책이 원전중심이더라도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영훈 예비후보는 "장기적으로는 탈핵으로 가야 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기 예비후보는 "지난 김두관 지사 중요 공약이 신재생에너지였는데 중단됐다. 적극적으로 되살려 추진하겠다"고 했다.

◇시대 흐름은 탈핵 = 후쿠시마 사고와 밀양 송전탑 사태는 핵발전소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핵발전소를 더 짓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탈핵 여론을 거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이다. 23기가 가동되고 있고, 신고리 3·4호기 등 5기가 건설 중이다. 신고리 5∼8호기 등 6기가 건설을 앞두고 있거나 계획 중이며, 삼척·영덕(4기)에도 추진된다.

지방선거에서 탈핵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고리 1호기 수명연장가동과 실시설계 승인이 난 신고리 5·6호기 관련 부산과 울산, 신규 원전지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 수명연장을 검토 중인 월성 1호기 관련 경북 등은 탈핵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정의당 조승수 울산시장 예비후보는 '탈원전 연대'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부산시장 선거 후보군인 서병수 의원과 권철현 전 주일대사, 무소속 오거돈 예비후보도 고리 1호기 수명연장 반대 등 탈핵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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