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춥다가 모처럼 따뜻한 날씨에 밍키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던 엄마가 뜻밖의 변을 당했다. 해반천길을 따라 걷다 돌아오는 길에 무심히 돌다리를 건너는데 그만 미끄러진 것이다.

일어서려는데 아파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더란다. 하필이면 휴대전화도 갖고 나오지 않아 넘어진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있었다. 그날 따라 산책을 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추운 데서 몇십 분 동안 그러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해 나에게 전화를 했고, 그렇게 병원에 모시고 갔다.

걱정하는 나를 위로하려는 건지, 자기 주문을 외는 건지 병원에 가는 동안에도 엄마는 연신 괜찮을 거라며, 살짝 넘어진 거라 뼈는 안 다쳤을 거라며 중얼거렸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불안하기만 했다. 특히 다리나 고관절 골절 환자의 70%가량이 노인들이라는데, 더구나 겨울철에 골절 사고가 많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니나 다를까, 발목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CT 사진을 보면서 부지런히 설명을 하는데도 엄마는 믿을 수 없어 했고, 엄마의 이해 여부와 상관없이 수술이 결정되었다.

수술을 하고 3주 정도를 입원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엄마가 입원한 8인실 병실의 모든 환자가 70대 이상의 노인 골절 환자였다.

엄마를 방문하러 갈 때마다 할머니들은 저마다 병원에 오게 된 내력을 무용담처럼 펼치시곤 했다. 그러면서 꼭 자신들의 비법인 뼈 잘 붙는 민간 요법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참으로 다양한 사연들에 믿거나 말거나 요법이었지만 그 진지함이란…. 그러고는 하나같이 "이렇게 쉽게 뼈가 부러질 줄은 몰랐다"는 말을 덧붙였다.

노인들은 골밀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에 손상을 입는다. 특히 겨울철에는 복장이 두껍고 움직임이 둔하다 보니 유연성과 순발력이 떨어져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추위로 인해 근육까지 긴장되어 있다. 길이 미끄러워 뼈가 부러졌다는 단순해 보이는 인과관계에는 보다 더 다양한 요소가 개입되어 있는 셈이다.

다행히 엄마의 상태는 형님 아우 하던 할머니들의 믿거나 말거나 민간 처방 덕분인지 빨리 호전되었다. 지금은 조금 절뚝거리기는 하지만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 걸을 정도는 된다. 의사는 노인들의 뼈는 쉽게 잘 붙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리니 당분간은 계속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매화가 만개한 걸 보니 성큼 봄이 느껴지는 주말이지만 엄마는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으시려 한다. 사고를 겪은 뒤라 겁이 나시는 모양이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산책을 하시는 어머님, 아버님이 더 많아질 텐데 꼭 조심하시라고 당부 드린다. 복장은 가볍게 하되 장갑이나 마스크, 목도리로 방한을 하면 움직이는 데 둔함이 조금 덜 하리라. 운동화 바닥이 닳아서 미끄럽지 않은지도 꼭 확인해 보고 봄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이정주(김해분성여고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