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학송(62) 전 국회의원이 2013년 12월 11일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취임하던 날, 공교롭게도 현오석 부총리가 '공기업 개혁'을 발표했다. 한국도로공사가 '부채 과다 공기업 5위'라는 오명도 함께 알려졌다.

1991년 경남도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첫발을 디뎠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 동안 16·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공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맡은 이유는 뭘까. 취임 100일(3월 20일)을 맞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듯했다.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찾았다. 그는 도로공사만의 공기업 개혁 방안들을 쏟아냈다.

휴게소·유휴부지 매각 부채 절감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은.

"지난 100일은 무척 짧은 기간이었는데, 1000일 이상 된 것 같다. 지난해 12월 11일 취임하는 날 현오석 부총리가 공기업 개혁 발표를 했다. 도로공사(도공)를 부채 과다 공기업으로 포함해 38개 기관을 중점 관리한다고. 도로공사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한국전력공사), 예금보험공사, 가스공사에 이어 부채 5위다. 부채가 26조 원이니까 굉장히 많은 거다. (도공)중장기 재무계획에 의하면 2017년까지 부채 비율이 106%로 올라가게 돼 있다. 100일 동안 어떻게 하면 부채를 줄일 수 있을까, 방만하게 비친 공기업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에 골몰했다."

   

-부채를 절감할 좋은 계획이 나왔나.

"도공 본사 매각하고, 도로교통연구원, 인력개발원, 경기지역본부뿐만 아니라 지사에서 불필요하게 갖고 있는 유휴 부지 등 팔 수 있는 건 다 팔 거다. 휴게소 매각 계획도 내서 국토부 산하 5개 기관 중 유일하게 기재부(기획재정부)에서 부채 계획이 통과됐다. 또 부채 절감 아이디어를 모아서 100대 실천 과제를 만들어냈다. 그게 '국민행복 100약(約)'이다. 빠르면 올해 말 이전에 실적 결과가 나올 거다. 부채를 줄이려면 건설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첫째, 3조 원 되는 건설 투자 비용을 2조 5000억 원으로 줄임으로써 부채증가율을 낮춰 주는 거다. 둘째는 자구 노력해서 줄여야 한다. 그렇게 다 해도 부채가 줄지 않으면 우리가 요구할 것은 통행료 인상이다."

-도로공사 부채가 증가한 이유는.

"고속도로 하나 건설하려면 보통 몇 조 원씩 들어간다. 고속도로에 들어간 돈을 회수하는 것은 30년 동안 통행료 받아서 들어갔던 돈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받는 형식이다. 이익이 될 만한 고속도로는 이미 다 건설됐고, 지금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건설하니까 부채가 쌓일 수밖에 없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전국 고속도로 노선도'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박일호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는 몇 곳이나 매각하고 어떻게 바꿀 건가.

"고속도로 휴게소 중 우리가 운영하는 곳이 176곳이다. 주유소는 173곳이고. 9개 정도 휴게소를 매각 대상에 올려놨다. 현재 휴게소 등급이 1∼5등급까지 있는데, 휴게소 5등급(가장 낮은 등급)을 두 번 받으면 운영을 못하게 할 거다. 별이 몇 개 달렸느냐에 따라 호텔을 인정하듯이 휴게소도 별 다섯 개 달린 곳 있도록, 잘하는 휴게소 간 경쟁이 일도록 국민이 평가하게 할 계획이다. 둘째, 운영 모습이 비슷비슷한 휴게소를 청년창업 창조경제 휴게소로 바꾸는 거다. 대학 졸업한 젊은이들이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우리가 코너를 분양해주고 임대료 받는 형식이다. 밑천 없이도 아이디어로 창업할 수 있고,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그럼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휴게소가 될 거다. 휴게소를 매각한 뒤에도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 (운영자에게) 운영권과 건물을 다 줄 거다. 대신 30년 동안 줄 임대료 먼저 받고 30년 후에 도공에 기부 채납하는 방식으로 하면 도공은 손해 보지 않는다."

-올해 경남지역에 주요 고속도로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진영 있는 냉정분기점에서 시작돼서 만덕터널 넘어가는 쪽으로 고속도로 연결돼 있는데, 구포 있는 쪽이 과거에 4차로로 돼 있어서 지·정체가 계속 됐다. 지금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올해 다 공사가 끝난다. 둘째는 진영 쪽에서 시작해 김해 대동을 지나서 부산 기장까지 부산외곽도로를 지금 건설 중이다. 창원, 김해, 양산시가 다 혜택 보는 도로다. 2017년도까지 사업을 진행한다. 세 번째, 진영 있는 그쪽 방향에서 연결돼서 대구로 올라가는 고속도로에서 진해 신항만까지 연결되는 민자 고속도로가 2016년 말까지 공사를 한다. 작년에 공사 시작했는데 지난해 민원 있어 지금 (공정률이) 5% 정도 됐고, 올해 말까지 40% 되고 2016년 말에 개통한다. 마지막으로 울산∼함양 연결 고속도로. 울산∼밀양 구간이 올해 발주돼서 공사를 시작했고, 울산∼밀양, 밀양∼창녕, 창녕∼함양 이렇게 잘라서 공사를 한다."(표 참고)

   

저가 하이패스 단말기·통일희망나무 추진

-차량 운전자들이 하이패스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전체 차량 중에서 하이패스 보급률이 47%에 불과하다. 등록 차량 2000만 대 중 1000만 대도 안 된다. 고속도로 이용률은 60.1% 정도 된다. 하이패스 이용률 올려야 한다."

-하이패스 보급률이 낮은 까닭은 뭔가.

"하이패스 단말기가 비싸다. 현대차, 기아차 내장 차량 옵션에 포함할 경우 가격을 알아봤더니 20만∼30만 원이고, 시중에서 사더라도 10만 원, 싸구려도 7만, 8만 원 한다. 그래서 얼마 전 우리나라 하이패스 단말기를 만드는 회사를 다 불렀다. 우리가 50만 대 이상 대량 발주할 테니까 AS(애프터서비스)와 품질 보장하는 최저가 단말기를 견적을 내라 그랬다. 예상대로 가격이 2만 원으로 내려왔다. 8월 말까지 2만 원짜리 하이패스 단말기를 개발할 거다. 저가 단말기를 개발해 국민에 보급해서 하이패스 단말기를 80% 이상 달 수 있도록 할 거다. 그럼 톨게이트 없이 바로 지나가는 '스마트 톨링' 시대가 온다."

-'통일희망나무'를 추진한다던데, 어떤 내용인가.

"고속도로를 만들면 탄소 절감 위해 양쪽에 나무를 심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랬는데 도공으로서는 '통일은 초대박'이다. 북한과 통일되면 서울, 개성, 평양,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또 서해안에서 중국으로 연결되는, 동해안, 원산, 마식령, 나진, 러시아로 올라가는 고속도로도 만들어야 한다. 북한에 가보니 산에 나무가 하나도 없더라. 고속도로 닦는데 옆에만 나무를 심어야 되는 게 아니라 도로가 지나가는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묘목을 그대로 가져가면 다 죽으니까 4∼5년 키워야 한다. 소나무는 1.5∼2m 묘목을 심어놔야 통일 되면 북한에 가져가서 심을 수 있다."

-나무 심을 땅과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고속도로 옆에 유휴부지(500만 평)가 많다. 북한 고속도로에 심을 나무를 이곳에서 미리 키우자는 거다. 3년 동안 1500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키워 논 나무도 1000만 그루 있다. 이 프로젝트 이름을 '통일희망나무'라고 지었다. 이미 브랜드로 등록까지 마쳤다. 통일희망통장 만들어서 우리 월급 인상분 반납하고, 펀드에 가입하고. 묘목 한 그루당 1000원이다. 1000원짜리 1000그루 하면 100만 원. 앞으로 국민들한테 홍보하고, 국민들도 펀드 가입하게 하고, 통일나무 심기가 확대되면 학교 쪽하고도 협력할 거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3월 12일 직원과 지역 학생 300여 명이 수원나들목 인근 녹지대(약 1만㎡)에서 소나무 묘목 5000그루를 심는 통일희망나무 프로젝트 첫 행사를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2일 통일희망나무 프로젝트 첫 행사를 했다. /한국도로공사

"왜 정치인이 사장 되면 낙하산이라 하나"

-공기업 사장 인사제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줄곧 똑같은 생각 갖고 있는데. 만약에 내부 인사가, 도공 직원이 사장이 됐다고 치자. 개혁을 할 수 있느냐? 못한다. 공기업 구조상 못한다. 개혁은 외부에서 왔을 때 가능하다. 국토교통부에서 국장을 하거나 차관을 한 사람이 오면 낙하산이 아니고 국토교통위원을 오래 했던 사람이, 왜 정치인이 오면 낙하산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공기업 사장은 부채 일으키거나 정원 초과하거나 하는 기본적인 폼은 정부 영향을 받지만 그 외 경영방침은 CEO 철학에 따라 알아서 한다. 우리나라에 공기업이 304개다. 공기업 사장은 내부와 외부 또는 학계가 섞인 상태에서 서로 경쟁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나중에 공직, 정치 떠나서 하고 싶은 일은.

"생각해본 적 없다. 국회의원 출마하거나 그런 일은 없다. 국회의원은 3선하고 국방위원장 했는데, 대통령 출마하지 않을 것 같으면 국회의원 다시 하는 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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