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하고 주부로서의 삶을 산 지 1주일 정도 지났다. 이제 하루하루의 패턴이 비슷해지고 있다.

우선 일어나면 아침을 차린다. 간단한 상차림은 아내가 해두고 밥을 담고 수저를 나르는 등 마지막 상차림은 내가 한다. 그 사이 아내는 딸 머리를 묶어준다. 나는 아직 딸 머리카락을 묶는 법을 모른다. 이것도 곧 연습을 해둬야겠다.

아내가 먼저 출근한다. 딸과 5분 정도 놀고 오전 8시 30분에 아이와 함께 유치원 차를 타러 간다. 내려가면 그 시각에 꼭 나오는 엄마와 딸이 있다. 이젠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수 있다.

딸을 보내고 나서 집에 올라오면 할 일이 태산이다. 이불을 개고 설거지에 빨래와 바닥청소까지. 사실 바닥청소는 매일 하지 않는다. 먼지가 좀 보이면 한다고나 할까?

어느 정도 일을 마치면 점심때가 된다. 혼자 먹는 점심은 매력적이다. 내가 평소 먹고 싶었던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자유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대충 먹기 일쑤다.

오후가 되면 식곤증이 찾아온다. 이때! 잠을 자서는 안 된다. 나는 주로 신문을 꼼꼼히 읽고, 독서를 한다. 최근 나는 서평을 열심히 쓰고 있다. 일 아닌 다른 일로 독서를 한다. 책을 보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그래도 잠이 계속 온다면? 텔레비전을 튼다. 왜 전업주부들이 드라마를 보는 지 100% 이해가 된다.

오후 4시쯤 되면 장을 보러 간다. 저녁 메뉴는 이때 정해진다. 이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곰곰이 떠올린다. '아내가 뭘 먹고 싶다고 했지? 딸이 뭘 먹고 싶어 했지?' 기억이 나면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하나 기억나지 않으면 난감하다. 이젠 요리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비슷한 맛만 연출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어지간한 요리는 이제 할 수 있다.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는 필수!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간다. 거의 모든 음식에 꼭 필요한 것은 마늘 다진 것과 양파다. 양파는 한 끼에 한 개씩은 꼭 들어간다. 오늘은 어제 끓인 맑은 무쇠고기국이 있기에 국은 만들지 않아도 된다. 대신 맛깔스러운 메인 메뉴가 필요하다. 벌써부터 고민이다.

오후 5시가 되면 딸이 귀가한다. 무척 반갑다. 꼬~옥 안고 집에 온다. 집에 오면 딸을 거실에 풀어두고 요리를 시작한다.

보통 오후 6시 30분 전후로 아내가 귀가하기 때문에 그 전에 요리를 마치려 노력한다. 그러니 정신이 없다. 모든 요리에는 육수가 필수다. 나는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낸다. 보통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 하나, 딸이 좋아하는 음식 하나를 준비한다. 다행히 딸은 계란을 좋아해 계란요리를 자주 하고, 아내는 새콤달콤한 것을 좋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어울리는 음식을 검색한다.

저녁이 되면 몸이 좀 되다. 하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아빠 최고!" "여보 고마워"라는 말을 들으면 모든 피로가 풀린다. 게다가 아내가 집에 오면 어찌나 반가운지…. 온종일 말하지 않고 있는 게 이렇게 사람을 찾게 만드는지 몰랐다. 이제 알겠다. 회사 마치고 퇴근한 사람을 붙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밖에서 일하는 아빠 혹은 엄마들이여! 퇴근 후 집에 있던 사람이 이런 저런 이야기, 불평불만, 옆집 이야기 등을 하면 조용히 들어주시라. 집에 있던 이는 이야깃거리가 흥미로워 하는 게 아니라 대화 상대가 필요해서 그런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출근할 때 먹고 싶은 음식 서너 가지 정도는 흘려 주시라. 아내가 겉으로는 투덜거려도 고민거리 하나는 덜어주는 것이다. 하나만 더 덧붙이겠다. 맛이 없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시라! 차라리 숨을 참고 밥을 다 먹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시라.

전업주부를 두고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 부르는 건 절대 맞지 않다. 전업주부는 집에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전업주부를 무시하지 마시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은 명확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웃음이 나온다. 가족을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재미있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김용만(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http://yongman21.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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