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지역 문화인이 말하는 박근혜 정부 1년

박근혜 정부가 4대 국정운영기조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세웠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그게 뭐지?'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곳저곳에서 '문화융성'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올 정도로 제법 익숙해졌다. 지역 문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행정을 어떻게 평가할까.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김해문화재단, 창원문화재단 등 도내 주요 문예기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1년 평가와 경남에 필요한 '문화 융성' 정책을 들어봤다.

지역 문화인의 총평은 대략 이랬다. "지역 입장에서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된 것은 괄목할 만하다. 하지만 실제 지역민(예술인)의 피부에 얼마나 와닿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를 만들었고 △인문정신의 가치 정립과 확산 △생활 속 문화 확산 △지역문화의 자생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8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후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예술인 복지법 개정 등을 추진했다.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없애고 생활 속에 문화가 확산되도록 나름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박근혜(맨 오른쪽)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김종욱 찾기> 관람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좋은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하춘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정책부장은 "지금은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지정 △문화이용권카드에서 문화누리카드로 전환 △문화다양성 사업 예산 확대 등 조금의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고 평했다.

이영준 김해문화재단 문화정책 TF 팀장은 "지역문화에 대한 강조와 생활 속 문화 확산이라는 방향 설정,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제시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면서도 "국가 혹은 광역 중심으로 문화정책이 전달되다 보니 정작 기초 지자체에서는 국가의 문화정책을 실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 문예기관 관계자는 "지역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태도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경남은 여러 분야 중 문화관광 부문 예산이 가장 많이 삭감돼 중앙의 문화융성 정책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경남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올해 경남도 문화체육관광국 예산은 지난해보다 318억 원이 줄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문화의 날을 향유하는 사람은 기존에 문화를 소비하던 사람이다. 그전에 문화 소비를 하지 않던 사람은 문화의 날이라고 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문화는 일상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특별한 날 하는 일로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지역 문화인들은 "아직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문화예술 활동 기반이 취약하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황무현 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는 "문화기본법 제정에 맞춰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지역문화재단의 재정 안정화를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창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다루기 힘든(탄력성을 요구하는) 문화정책 사업을 지자체 산하 각 문화재단, 진흥원, 문화원으로 이관해 보다 효율성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인력 양성도 중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이영준 김해문화재단 팀장은 "경남은 문화생산자 기반이 매우 취약하고 문화를 실어나르는 매개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무엇보다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매개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대학과 연계한 프로젝트형 사업 개발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다.

하춘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부장은 "전문 예술인을 위한 지원을 확충하고 신진 예술가 등을 키워야 한다"며 △경남의 문화 창작콘텐츠 사업 확충 △지역밀착형 생활문화 활성화 △경남형 축제 개최 등을 실천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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