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6)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새소리와 물소리만이 귀를 간질인다.

새소리는 봄을 깨운다. 졸졸졸 쉼 없이 흐르는 물소리는 봄을 기다렸던 마음을 달랜다.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에 있는 문경새재로 향하는 길.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전국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처음 추진한 '한국 관광 100선'에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곳' 1위에 오른 곳이다. 올봄은 이곳에서 맞이해야겠다.

장원급제를 바라며 과거길에 오르던 선비의 다짐처럼, 나라를 지키고자 켜켜이 성벽을 쌓았던 그 결연했던 마음처럼. 문경새재를 걸으며 해이해지는 마음을 다잡아볼 참이다.

문경새재 과거길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문을 여는 순간, 답답했던 마음이 탁 트인다. 숲과 자연에 녹아든 이른 봄의 공기는 냉랭하지만 청량함을 머금고 있다.

문경새재 초입에서 선비의 상을 만났다. 아름다운 한국인을 상징한다. 전통사회 구심점을 이루었던 지성과 인격의 상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백두대간 마루를 넘는 이 고개는 조선시대 영남과 기호 지방을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으로 사회·경제·문화 등 문물의 교류지이자 국방의 요충지였다.

'새재'라는 말에는 '새(鳥)'도 날아서 넘기 어려운 고개, '억새(草)가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우릿재(이화령) 사이(間)의 고개', '새(新)로 만든 고개'라는 뜻이 담겨 있다.

문경새재 과거길.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불리며 한양 과거길에 오르내리던 선비의 꿈, 그리고 백성의 삶과 땀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 사이에서 문경새재는 인기였다. 영동 추풍령은 '가을 나뭇잎 떨어지듯 낙방한다' 하고 영주 죽령은 '대나무에 미끄러지듯 낙방한다'고 전해지니 문경새재만을 고집해 한양을 가려 한 것이다.

문경(聞慶)이란 지명에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 곳'이란 의미도 있다 하니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길을 고집하였으리라.

조선 태종 때 영남대로가 개척되면서 문경새재가 열렸다. 1594년 선조 때 제2관문(조곡관)을 설치했고, 1708년 숙종 때 제1관문(주휼관)과 제3관문(조령관)을 설치해 군사적 요새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잘 닦인 가로수 길의 안내를 받아 제1관문 앞에 섰다. 주휼관이다. 문경새재 3개 관문 중 보전 상태가 가장 양호하다.

하늘과 땅 사이, 백두대간이 누워 있다. 주휼관이 위엄을 풍기며 그곳을 지키고 있다.

총총히 관문을 통과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걸어야 한다. 제3관문까지 약 6.5km의 영남대로는 흙길이다.

공원 입구에서 15분 정도 걸었을까? 왼편에 화려한 궁궐과 기와집,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문경시가 72억 원을 들여 만든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이다. KBS2 <공주의 남자> <성균관 스캔들> 등이 촬영됐던 곳이다.

현재 KBS1 <정도전>을 촬영 중이라는데 다행히 찾은 날 촬영이 없어 관람할 수 있었다.

입장료(어른 2000원, 어린이 500원)를 내고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경복궁 남쪽의 정문인 광화문이 실제 크기의 75% 정도로 축소돼 자리하고 있다.

왕이 거처하던 강녕전과 왕비가 생활하던 교태전, 양반촌과 서민들이 생활하던 시장과 촌락이 모여 있는 저잣거리까지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픈 세트장.

이곳을 지나 제3관문까지 구간에는 볼거리가 제법 많아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자태가 고혹적인 소나무와 그 옆의 교귀정, 조곡폭포, 색시폭포 등 운치를 더하는 폭포와 문경새재 아리랑비 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제3관문을 통과하면 경북이 아닌 충북 괴산 땅이다. 3관문까지 도달하려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다리는 제법 아프고 숨소리는 거칠어지지만 머리는 맑아진다. 그 옛날 새도 쉬어간다는 험난했던 길. 오랜 시간의 저편에서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 마음을 떠올린다.

오픈 세트장.

<인근 볼거리>

△옛길 박물관

길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전국 유일의 길 전문 박물관이다. 문경새재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불리던 문경새재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고갯길인 하늘재, 옛길의 백미이자 한국의 차마고도로 일컫는 토끼비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각종 여행기와 풍속화, 문경의 문화유산 등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옛길 박물관.

△문경새재자연생태공원

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고갯길로 안내하는 가로수길 옆으로 잘 닦인 데크로드가 있다.

그 옆으로 서식 환경을 구역별로 다르게 조성한 공원이 길게 자리 잡고 있다. 생태습지와 생태 연못, 야생화원과 다양한 조류 등이 공존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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