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 번 만난 사람들은 또 다른 곳에서 우연히 또는 필연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대다수 여행객들이 보편적인 경로로 여행을 하기 마련이다. 첫 외국여행지였던 호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행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재회는 같은 여행이 아닌 또 다른 여행에서 만남이다. 호주에서 만났던 미화 언니를 스페인에서 다시 만났고 호주에서 많은 시간을 같이한 사이먼도 5년 뒤에 프랑스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런 인연 중 단연 최고는 인도에서 처음 만난 예예 언니와 라이언 커플이다. 인도 비자 만료일이 다가오기 보름 전, 나는 달라이 라마가 사는 다람살라라는 곳에서 장기 체류 중이었다. 만료일도 다가오고 다른 곳으로 여행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제는 떠나야겠다고 결심하던 차였다. 하지만 같은 숙소에 묵고 있던 로낙이란 친구가 한사코 조금 더 있다가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나자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더 머물기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뿐더러 더 머물러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던 중 결심을 바꾼 계기가 생겼다. 길거리 한 찻집에서 카주라호에서 만난 예예 언니와 라이언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첫 번째 만남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여느 여행자들처럼 같은 숙소에서 하룻밤 묵게 되어 이런저런 여행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 다시 다음날이 되면 각자의 여행길을 가는 인연이었다. 여행 방향도 정반대였기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조차 없었다.

다시 만나게 된 우리는 지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피자를 먹으며 달라이 라마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행사에도 함께 참여했다.

하지만 서로 숙소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던 터라, 또 그후 내가 급하게 다람살라를 떠나게 되어 인도에서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던 것, 다시 만날 거라는 생각에 서로 연락처도 제대로 주고받지 못했던 점이 못내 아쉽기는 했다.

약 1년 뒤 우연하게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언과 예예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 보자는 말만 거듭하며 우리의 재회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결국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딱 2년 만의 재회였다.

우리는 세 번의 만남을 시작으로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했던 많은 시간과 추억을 나누게 되었다. 부산 해운대 홀리페스티벌(인도 전통축제로 물감이나 염료를 눈에 띄는 대로 아무에게나 던지고 뿌리는 축제)부터 글로벌게더링, 독일 맥주축제, 핼러윈, 크리스마스 등 수많은 이벤트와 축제를 함께했다.

세계 여행을 한 지 햇수로 거의 10년이 되어 간다. 여행에서 만나는 인연은 그저 스쳐 가는 것이 대부분이며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이 인연은 내게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다.

   

5월에 친구와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준비 중이다. 참 기가 막히게도 라이언은 이미 며칠 전에 뉴질랜드로 떠났다. 사전에 서로 계획한 것이나 이야기했던 내용은 없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뉴질랜드에서 다시 재회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우리 인연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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