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의료시설에 내려주는 국비 지원금은 과연 어떤 성격을 가졌을까. 지방재정이 충실치 못하므로 단순히 부족한 예산을 보조하는 포괄적 차원인가 아니면 서민 의료시혜를 위한 목적 지원 예산에 속하는 것인가. 잣대로 가르듯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쇄와 관련하여 그동안 얻어쓴 국비지원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면 앞의 성격이 맞다. 이때는 오고 간 돈의 물량만 기준으로 셈하면 불상사가 일어날 일은 없다.

그러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책적 과제, 이를테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복지에 그 지원금이 쓰였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 이치에서 살핀다면 경남도가 폐쇄한 진주의료원은 부지를 팔거나 기타의 수단으로 국가로부터 받아쓴 지원금을 반납하는 것으로 권한 소재를 한정하려는 움직임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새누리당 대변인인 박대출 의원도 엊그저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말했었다.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기본(복지)방향이라고 말이다. 당론으로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해도 그가 당 대변인인 것을 고려하면 당내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짐작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공공의료시설을 확충은 못할망정 있던 시설마저 없애는가 하는 불편한 심기가 잔뜩 도사리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보건복지부 역시 맥락은 같다. 한 국회의원의 질의를 받은 복지부는 의료원의 용도를 변경하는 데는 주무장관의 승인이 필수적임을 지적했다. 그것을 복지부의 일관된 견해로 여긴다면 진주의료원에 공급된 국비는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이지 단순한 기관 지원금이 아님을 명백히 하는 것이다.

정부나 국회가 진주의료원 폐쇄 조치를 보는 시각은 경남도가 행정처리 절차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대한 반감과 경제논리로 무장한 홍준표 도정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낳은 불협화음이다. 그러다 보니 그 끝이 어디쯤인지 짐작도 못 하게 만든다. 문은 닫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새로운 시작이 추구되는 중이다. 그게 진주의료원 사태의 현주소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남도는 의료원으로 지은 건물을 다른 용도로 바꾸려 하지 말고 먼저 보건복지부와 성실하게 소통함으로써 공공의료의 백년대계를 기약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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