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올해 경남연극제 '역사'를 조명한다

설레는 3월.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이 기다리는 축제가 다가왔다. 오는 24일 (사)한국연극협회경상남도지회와 경상남도가 주최하는 '제32회 경상남도연극제'가 거창에서 개막한다. 지난해 함양군에서 열린 경남연극제는 올해는 (사)한국연극협회거창지부와 거창군이 행사를 주관한다.

다음달 1일까지 9일간 매일 2개 작품이 거창의 주요 공연무대를 수놓는다. 오후 3시에는 거창문화센터에서, 오후 7시에는 거창문화원에서 관객을 맞는다.

◇시대의 아픔 그리고 사랑 = 올해 연극제에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극단은 총 14곳이다. 도내 한국연극협회 시·군단위 13개 지부 중에서 함양지부를 제외한 12개 지부가 축제이자 경연에 참여한다. 창원과 김해지부에서 각 2개 극단이 출전하고, 나머지 지부에서 1개 극단이 참여해 기량을 뽐낸다.

이번 연극제의 슬로건은 '연극, 그 자유로운 인생의 뿌리'다. 무색무취의 삶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길 바라는 호소로 들린다. 이산가족, 5·18 민주화운동, 1987년. 올해 경남연극제 창작 초연 작품의 소재들이다.

극단 고도 <그날이 오면>. /극단 고도

창작 초연 작품을 선보이는 진해 극단 고도는 분단의 아픔을 담았다. <그날이 오면>(유병철 연출·작) 주인공 명길은 인민군으로 끌려가지 않으려 남쪽으로 탈출한다. 열흘이면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명길은 전쟁 중 고아가 된 문등을 입양해 살지만 매번 이산가족상봉자 명단에서 제외된다. 문등은 아버지를 위해 북녘 땅과 가장 가까운 곳에 집을 짓고 생활한다.

거창 극단 입체는 <오월의 석류>(조매정 연출·양수근 작)에서 5·18 광주항쟁을 이야기한다. 시민군 순철은 군인에 쫓기다 집으로 도망 들어와 옥상 석류나무에 숨는다. 군인은 방아쇠를 당겼고 총알은 석류나무 옆 장독대에서 된장을 푸던 상철의 어머니 다리에 박혀 어머니는 불구가 된다. 세월이 흘러 광주는 평온을 되찾았지만 참담한 역사의 뒤안길에서 상철의 남매들은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며 무너져내린다.

또 다른 초연작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이삼우 연출·이선경 작)는 거제 극단 예도의 작품으로 시대적 배경은 1987년이다. 주인공 진석이 진주의 한 국립대에 입학하면서 겪는 갈등과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올해 연극제에는 사랑 이야기가 많다. 함안 극단 아시랑의 <언덕을 넘어서 가자>(손민규 연출·이만희 작)는 50년이 지나서야 첫 사랑인 걸 알게 된 주인공 완애와 자룡이 70대에 만나서 겪는 이야기이다.

밀양 극단 메들리의 <연>(김은민 연출·메들리 공동창작)은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한 주인공 여리와 치경의 옛 사랑 이야기를 노래한다.

1920년대의 청춘의 사랑을 담은 <팔베개의 노래>(고능석 연출·백하룡 작)는 진주 극단 현장이, 1930년대 청춘의 고달픈 사랑을 노래하는 <무정만리>(최성봉 연출·백하룡 작)는 극단 마산이 선보인다.

문종근 한국연극협회 경상남도지회장은 "그간 보름 정도 진행되던 연극제를 9일로 줄였다. 저녁 7시에만 있던 공연을 반으로 나눠 오후 3시·7시로 구성했다. 보다 많은 젊은 관객들이 낮 시간을 활용해 연극제를 찾았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거창을 찾아 축제를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연극 축제이자 실력 겨루기 = 도내 각 극단들은 연극제를 보름가량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지난 5일 오후 8시 경남연극제 출전 준비로 바쁜 김해 극단 이루마를 찾아가봤다. 비지땀을 흘리며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숨죽여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지난해 도내 극단들이 함께 힘을 모아 올린 경남예술극단의 작품 <죽어도, 웃는다>(문종근 연출·이해제 작)에서 왕비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주연은 이날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사라로 변해 있었다.

유난히 여성 배우가 많은 극단 이루마는 여성의 삶의 애환을 담은 작품을 골랐다. 연극 <오래된 이야기>(이정유 연출·김정숙 작)는 4명의 성매매 여성이 그들의 일터이자 생활 공간에서 겪는 비애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서로 아픔을 보듬으며, 실낱 같은 희망을 나누며 살아간다.

극단 이루마 <오래된 이야기> . /박정연 기자

도내 연극계에서 막내에 가까운 극단 이루마는 지난 2004년 창단했다. 2009년 경남연극제에 처음 참가해 매년 출품하고 있다.

이정유 이루마 대표는 "극단 이루마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게 된 계기가 경남연극제였다. 연극제 참여는 경남 연극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자, 매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객에게 증명하는 의미 있는 일로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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