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물 기획·유세차량 결합한 서울 대형업체에 밀려 울상

최소 500억 원대 자금이 풀리는 '선거 대목'. 특히 선거비용 대부분이 홍보비로 사용되면서 관련업계 움직임도 날로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인쇄업계에서는 지방선거 대목이 결코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기가 이른 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선거 풍토가 문제다"고 입을 모은다.

◇인쇄비용 얼마나 되나 = 선거철을 맞아 거리마다 출마를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 현수막이 늘고 있다. 창원 지역에서 현수막 단가는 m당 1만 원 수준이다. 후보의 선거사무실 벽면에 걸리는 현수막이 평균 10m×10m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수막 제작에만 후보당 최소 100만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현수막 설치비는 별도다. 크레인 등 장비가 투입되면 설치비만 30만 원까지 올라간다.

후보 명함은 디자인과 인쇄 등 전 과정을 포함해 1통(100장·수입지)당 1만 5000원 선이다. 지난 2010년 선거 시 경남에서 모두 500여 명의 후보가 나선 점을 고려한다면 명함 제작에 들어간 비용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선거 결과를 보면 법정공보물 인쇄비용으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는 평균 1억 원, 기초단체장은 2000만~3000만 원 선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남도지사·교육감, 지자체장 후보가 각 8명, 69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어림잡아도 25억 원 가까운 돈이 공보물 인쇄비용으로 들어간 셈이다.

결국, 현수막·명함·공보물 등 인쇄 비용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30여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공식 선거비용에 포함되지 않는 예비후보자의 인쇄비용까지 합친다면 인쇄비용만 최소 100억 원에 이른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지역 인쇄업체 대부분은 이 같은 효과를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왜일까.

◇지역자금 역외유출 = 최근 선거는 다수 후보가 홍보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서울지역 전문 대행업체를 찾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대행업체를 통해 홍보물 기획·디자인과 인쇄·유세차량까지 한 번에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셈이다. 이는 '판'이 큰 선거일수록 더 잘 드러난다. 지역 업체 근심이 늘어가는 이유다.

지난 2010년 도지사 선거에 직접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워낙 규모가 큰 선거이다 보니 기획 단계부터 대부분 일을 서울에서 처리했다"며 "기본적으로 선거 컨설팅 회사가 서울에 있고 대부분 인력 역시 서울에 있다 보니 일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인쇄업체는 그야말로 '인쇄'만 담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지역자금 역외유출에 따른 여론의 뭇매를 두려워한 후보가 인쇄만이라도 지역에서 하는 것이다. 반대로 '대형 인쇄'의 경우 디자인 일부만 지역이 담당하고 나머지 작업을 서울에서 하기도 한다. 결국, 돈 되는 일은 서울이, 돈 안 되는 일은 지역이 맡는 꼴이다. 그마저도 인맥이 없는 업체는 지역 내 경쟁에서도 뒤처지기 일쑤다.

지역 인쇄업체 관계자는 "지역 업체는 그야말로 하청업체다"며 "선거철 인쇄와 관련해 지역이 맡는 일은 전체의 30~40% 수준밖에 안 된다. 수입도 딱 그 정도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업체는 처음부터 선거 관련 인쇄를 거부하기도 한다. 대부분 비용이 선거 후 지급되다 보니 당장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을뿐더러, 후보 당락에 따라 비용 자체를 못 받는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선거 특수를 포기하는 대신 일상적인 일을 많이 맡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업체도 있다.

현재 경남지역 인쇄업체는 모두 600여 곳이며 종사자만 2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가 소상공인·소기업인 까닭에 선거철 일감 수주부터 서울지역 대형업체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신삼식 울산경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상무이사는 "후보가 책을 낼 때에도 지역 출판사 이름만 빌려쓰고 실제 기획·인쇄는 서울에서 하는 일이 수두룩하다"며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하여 지역 업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각 당으로 정식 공문을 보내는 등 지역 인쇄업체와 선거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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