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다문화가정 대학 신입생 김승환·근형 형제

3월이다. 따스한 봄기운에 모두들 표정이 밝아 보인다. 잔뜩 멋 부린 남학생들, 한껏 치장한 여학생들. 젊음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이곳은 마산대학교. 20대 청춘들의 행진이 가득한 캠퍼스에서 대학 새내기 2명을 만나볼 참이다. 오늘 소개할 동네사람은 김승환(19), 근형(16) 형제다.

"안녕하세요" 하고 건넨 인사를 받아주면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승환 군. 뒤이어 만난 동생 근형 군은 별다른 말이 없다. 역시나 긴장한 모습. 이유를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저와 동생 모두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왔어요. 여기 와서 2년 정도 중ㆍ고등학교 검정고시 공부하고 통과해 대학에 온 거예요."(승환)

승환, 근형 군의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재중동포다. 그러다보니 형제는 이곳 한국과 외가가 있는 중국에서 두루 생활해봤다. 형 승환 군은 7살 때까지 한국에 있다가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15살 때인 2009년 말에 돌아왔으며, 동생 근형 군은 외가에서 계속 생활하다가 13살 때인 2011년에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창원으로 왔다.

승환 군은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왔다. 2010년 이곳에서 한 번 더 그 과정을 거쳤는데, 1년간 학교를 다녔음에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란다. 그래서 검정고시를 치르기로 마음먹었다고. 근형 군의 경우에는 지시(?)가 있었다. 아버지께서 검정고시를 치르라고 말씀하셨던 것. 근형 군은 그렇게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왔다.

언어소통 등 문제로 학교생활 대신 혼자 공부하며 중·고등 검정고시 통과한 형 승환(오른쪽)과 동생 근형 군. 이들 형제는 올해 마산대 의료관광중국어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곳에 왔을 때 한국말을 하나도 할 줄 몰랐어요. 그래서 짝이랑 만날 이야기했죠. 읽는 거 쓰는 거는 연습하고, 또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거 배우고 하고요. 그렇게 석 달 정도 지나니까 한국말을 사용하게 되더라고요."(승환)

"이곳에 왔을 때 얼떨떨했어요. 말 익히기도 어렵고, 적응하기도 바쁘고 했거든요. 저는 한자를 공부하면서 하늘천 따지 이렇게 한국어로 된 부분을 익혔어요. 주민자치센터에서 한 교육도 8개월 정도 받았고요. 주위에서 접하는 게 한국말이다 보니 1년 정도 지나니까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더라고요."(근형)

다행스러운 점은 검정고시 공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는 것. 중국에서도 초중고 과정이 있는데, 언어만 다를 뿐이지 배우는 건 한국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국어와 국사 정도 노력을 더 기울여야 했다. 승환 군은 2011년 중학교 검정고시를, 2012년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힘든 점은 따로 있었다.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어요. 얘기 나눌 상대가 없었던 거죠. 학원에서는 형이고 누나고 하다 보니까 얘기 나누기가 어려웠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대학교 가서 친구 많이 사귀자'였어요. 대학교 가겠다는 생각만으로 공부한 거죠. 게임하며 외로움을 극복하기도 했네요.(웃음) 그렇게 2년을 이겨냈어요."(승환)

근형 군은 외부에서 경험할 기회가 형보다 더 없었다. 고등학교 과정을 한 해 먼저 끝낸 형이 1년간 자신을 가르쳐준 게 전부였다. 근형 군은 2012년 중학교 검정고시를, 2013년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힘든 점은 없었냐고 묻자 "하루 평균 5시간 공부했는데, 공부하고 나면 피곤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19살의 승환 군과 16살의 근형 군이 선택한 학과는 의료관광중국어과.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외국인 환자를 위해 국내 입국에서 출국까지 원무, 의료상담, 진료지원, 관광 등 의료 및 관광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 학과인데,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후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두루 구사할 줄 아는 게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장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데, 얘기를 하면서도 '아차' 싶다. 20살도 채 안 된 이들 형제에게 무거운(?) 이야기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승환 군과 근형 군의 대답 역시 "아직 생각 안 해봤다"이다. 대학생활하면서 원하는 일을 정하면 될 거 같다고.

"그냥 대학생활 잘 하고 싶어요. 대학교 생활 잘 마쳐야겠다는 생각, 즐겁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승환) "나중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대학생활 재밌게 하고 싶어요. 또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여행하고 싶어요."(근형)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데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웃어보라고 해도 표정 변화가 없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승환 군의 말이 떠오른다. 검정고시 치르고 대학에 왔을 뿐인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 신기하다고. 또 공부할 때만 해도 많이 외로웠는데, 이같이 환경이 바뀌니 얼떨떨하다고 말이다.

한국말 익히며 검정고시 공부하랴, 외로움과의 싸움 이겨내랴 쉽지 않았을 터다. 2~3년의 지난한 시간을 거쳐 '광장'으로 나온 승환 군과 근형 군.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할 이들 형제가 머지않아 친구들 사이에서, 또 사람들 사이에서 함박웃음 짓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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