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코끝 맴도는 커피향과 시선 붙드는 작품들

[경남 맛집] 밀양시 내이동 카페 '홀릭'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2014년 03월 05일 수요일

조용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은 곳. 밀양 내이동에 있는 카페 '홀릭'은 혼자만 알고 남에게 알려주기 싫은 아지트 같다.

커피가 나왔다고 알려주는 진동 벨도 필요 없다. 물밀듯이 들어왔다 나가는 도심의 대형 커피전문점과 분명히 다르다.

혼자 커피를 주문하고 시선 둘 곳이 없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된다. 눈에 담을 그림이 벽 곳곳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서서 보는 대부분의 갤러리와 달리 앉은 눈높이에 맞춰 작품들이 걸려 있는 걸 보니 주인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때로는 맛보다 그 맛을 내는 사람이 더 궁금하다.

카페 홀릭 주인장 홍현철(35) 씨는 도자기 공예를 전공했다. 밀양에서 나고 자란 그는 현재 밀양청년작가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지역 작가들이 소규모로 전시할 공간이 없었어요. 밀양에는 갤러리가 시립도서관 1곳뿐이었죠."

사설 갤러리들은 수익이 없어 문을 닫고 밀양을 떠난 지 오래였다. 도서관 내 갤러리는 규모가 너무 커 '작은 전시'를 하기에 제약이 컸다.

홍현철 씨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접목했다. 전자가 갤러리를 만드는 일이라면 후자는 커피를 내주는 일이었다.

   
  밀양시 내이동 카페 '홀릭' 홍현철 대표가 커피와 와플을 준비하고 있다. 벽에는 정수일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김구연 기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했지만 남의 일만 해주는 꼴이었죠. 내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찾아 나섰어요."

지난 2004년 대구 계명대 공예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졸업 후 타일회사 개발실에서 일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전업 작가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쉬는 날마다 개인 작업실에서 꾸준히 작품을 만들었고, 지난 2006년 밀양청년작가회 회원이 됐다.

"작품을 만드는 건 온전히 혼자 하는 일이지만, 그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건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고 봐요. 공간도 마찬가지죠."

홀릭에는 동양화를 전공한 정수일의 개인전 '버려진 풍경'이 열리고 있었다. 정수일 작가는 경기도 수원에 살면서 작업실은 밀양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 정 작가의 아내가 밀양 사람이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홀릭에는 주로 밀양청년작가회 회원 작품이 걸린다. 작가를 섭외하는 일부터 작품을 배치하는 일까지 홍현철 씨가 직접 한다.

갤러리 공간이지만 카페로서 정체성도 중요하다. 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커피를 잘 내는 일도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홍 씨는 이탈리아 3대 커피브랜드(라바짜·일리·킴보) 중 하나인 라바짜 커피 원두를 쓴다. 무슨 원두를 쓰는지 알 수 없는 여느 집과 달리 홍 씨 머리 뒤쪽에 놓여 있는 파란 라바짜 커피 봉투를 포장째 볼 수 있다. 라바짜 커피 중에서 '그랜드 에스프레소' 원두를 쓴다.

커피 원두는 개봉한 지 1주일 내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현재 오는 손님을 기준으로 1주일에 2㎏ 정도를 소모하고 있다.

   

그가 만든 아메리카노는 여느 커피점보다 진하다. 그랜드 에스프레소 원두 특유의 무거운 맛에다 에스프레소를 뽑는 그의 스타일이 진함을 더한다.

진함이 싫다면 미리 연하게 뽑아달라고 얘기하길 권한다. 아쉽게도 홀릭에서는 핸드드립을 맛볼 수 없다.

"라바짜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 따로 찾기도 해요. 혼자 즐겨 찾는 손님이 많은데 20대부터 40대까지 있는 편이지요."

점원 한 명 없이 홍현철 씨 혼자 운영하는 카페에는 때로 정적감이 흐르기도 했지만, 손님들은 그 조용함을 즐기는 듯했다.

말수가 전혀 없어 보이는 그에게도 단골손님은 있다. 그러고 보니 커피를 내는 바로 앞 공간은 사장과 마주 볼 수 있는 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제가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경우보다 손님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죠. 일부러 친한 척하는 일이 손님도 부담스러울 테고 저도 부담이 돼더라구요."

결국은 공간을 메우는 작품 때문에 이야기 소재가 충분해진다. 자연스레 손님이 친구가 되고, 밀양이라는 끈을 놓지 않는 소중한 사람들이 공간을 드나든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에스프레소 3500원 △룽고 3500원 △아메리카노 3500원 △카푸치노 4000원 △카라멜라떼 4500원 △싱글 와플 4500원 △더블 와플 9000원.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월요일 휴무).

◇위치: 밀양시 백민로4길 25(내이동).

◇전화: 070-4148-0622.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