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밀양 살리는 희망 프로젝트, 함께 해주세요

밀양 송전탑 이야기를 꺼내면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들은 이제 송전탑 싸움은 끝나지 않았느냐는 물음을 던집니다. 하지만 오늘도 어르신들은 새벽부터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밤을 농성장에서 보냅니다. 그리고 밀양 할매·할배들을 만나 이 긴 싸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초대하고 강연을 요청하는 바람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 진행되는 공사 현장의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또 송전탑 공사를 막는 와중에 두 사람이 연행되었고, 그 중 한사람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밀양 사람도 아닌데 이곳 밀양까지 와서 험한 경험을 하게 되니 한두 번도 아니지만 매번 마음이 아프고 복잡합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왜 송전탑은 하루가 달리 높아만 질까요?

뿐만 아닙니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여론과 정치인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연일 언론을 통해 밀양 상황이 보도되면서 부담을 느낀 한전은 주민들에 대한 소송을 철회하는 등 좋은 이미지를 주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밀양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듯하니 다시 밀양주민들을 고소·고발로 얽어매고 있습니다. 한전 때문에, 한전에서 밀어붙인 송전탑 공사 때문에 멀쩡한 논밭과 농장과 집들이 담보대출도 불가한 '제로'로 가치가 전락해 버렸는데 매일같이 수십 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소송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밀양 어르신들이 희망 프로젝트를 위해 농장을 꾸미고 있다./곽빛나

지난 겨울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희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헬기 소리에 심장이 쫄아드는 것 같다는 어르신들을 매일같이 병원으로 실어 나르고, 산꼭대기에 우뚝 선 철탑만 멍하니 쳐다보면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밀양 주민들을 보면서 마음에서부터 삶의 의미를 놓아버리면 어쩌나 마음 졸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참으로 강한 존재이고, 땅을 일구고 사는 농사꾼들이 얼마나 지독한 근성을 가진 분들인지 절로 실감하게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철탑 때문에 망연자실해 있으실 줄 알았는데 어느 틈에 새로운 싸움,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밀양 주민들 속에서 밀양을 돕고 밀양을 지키자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탄생했습니다. 이른바 '빈집 프로젝트' '한평 프로젝트'입니다.

밀양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밀양에 대해서 알게 되면 이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면 지금 세워진 송전철탑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어르신들의 소중한 희망이 담긴 프로젝트입니다.

밀양 어르신들의 이 싸움은 설령 탑이 들어서더라도, 끈질기게 이어갈 것입니다. 핵발전소를 몰아내고, 송전탑을 끝내 뽑아낼 것입니다. 밀양을 돕고 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으는 마당에 함께 해주세요.

어느덧 봄이 오고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는 것을 몸으로 느낄 때, 밀양 어르신들은 농사일을 시작합니다. 농업이란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많은 이가 함께 하면 더욱 즐거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농사꾼들이 농사로 밀양과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과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시작하고자 합니다.이 프로젝트는 2차 밀양희망버스 당시 맥문동, 밤, 대추 등을 마을에서 함께 준비하고 판매하면서 재밌고 신나게 투쟁기금을 마련하셨던 동화전 마을 할매들의 경험을 토대로 준비되었습니다.

밀양 어르신들이 희망 프로젝트를 위해 농장을 꾸미고 있다. /곽빛나

또한 작은 도움이라고 주고 싶은 분들께 좀 더 쉽게 밀양에 오셔서 어르신들의 삶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밀양 상황에 대한 자세한 공유를 비롯하여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안내, 신청 및 접수 안내를 위한 카페를 준비, 3월 중에 공개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곽빛나(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탈핵·기후변화 활동가)

<빈집 프로젝트>

밀양 어르신들이 집과 땅을 빌려드립니다. 마을마다 비어 있는 집을 어르신들과 함께 고치고 꾸밉니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밀양에 마련된 집을 들러 내 집처럼 머물다 갈 수 있습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모두 신청 가능합니다.

마을마다 전국에서 밀양을 찾는 손님들을 맞을 집이 결정되면, 준비하고 있는 카페를 통해 안내하겠습니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지으시는 농사일을 도와, 씨 뿌리고 풀도 뽑으며, 수확하는 기쁨까지 어르신들과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개인이나 단체가 따로 농사 지을 땅과 집을 함께 신청하시면 주말농장처럼 밀양에 오실 수 있습니다.

밀양 땅, 밀양 집에 깃들어 살며,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는 어르신들의 긴긴 싸움에도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평 프로젝트>

단돈 1만원으로 밀양의 땅 한 평에서 생산될 정성 듬뿍, 사랑 듬뿍 농산물을 미리 사는 밀양에 한평 갖기 프로젝트입니다.

어르신들이 직접 지은 농사로 수확한 농산물을 돌려드립니다. 개인과 단체 모두 출자 가능하며 출자금 한도는 1만원 이상 20만원 이하입니다.

▷ 참가 신청 및 문의

이메일 : my765fund@gmail.com 전화 : 010-5045-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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