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동안 기운 못거둬 금세 깨…기운 돋우는 처방으로 치료해야

불면증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에 대해 알아보자. 식물은 봄·여름에는 자료를 많이 만들어 땅 위로 크다가 가을·겨울이 되면 이것을 거두어 땅밑 뿌리에 간직한다. 하루 중에도 낮에는 물이 잎으로 올라가고 밤에는 뿌리로 내려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일생이나 1년이나 하루나 밖으로 활동했다가 안으로 거두어 들였다가 하는 음양의 이치로 살아가는 것은 똑같다.

동물도 이와 같다. 하지만 식물보다 활동이 많으므로 활동과 휴식이 눈에 띄게 나타나며, 동물의 휴식을 특히 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아이들은 잠이 많고 노인들은 잠이 적다. 왜냐하면 어린애들은 어머니 뱃속에서 가만히 있던 것이 습관이 되어 나와도 그대로 잘 자게 된다. 잘 자야 잘 큰다. 성장호르몬도 잠잘 때 많이 분비된다. 그렇게 점차 자라 성인이 된다.

이에 반해 노인은 대개 생기가 점차 줄어들고 영양도 부족하다. 조그만 무엇에도 기운이 부치고 애가 쓰인다. 그러면 저녁이 되어 우리 기운이 안으로 거두어 들어가야 잠을 자는데 그게 잘 안 되니 조금 자다가 금세 깨어나 버리게 된다.

잠의 원리가 그렇다. 기운이 좋아 잘 거두어지면 잠이 잘 든다. 거둔 뒤로는 겨울 뒤에 봄이 오듯 생발력(生發力)이 왕성해지는 새벽, 아침이 되면서 자연히 눈을 뜨고 잠이 깨는 것이다.

잠이 적다는 것은 거두는 기운이 적고 활동하는 기운이 많다는 것이다. 기운이 잘 거두어지지 않는다는 말이고, 잠이 많다는 것은 펴고 활동하는 기운이 적다는 말이다. 원심력, 구심력 하듯이 같은 기운이되 방향이 좀 다른 것이다.

이처럼 불면이란 기운이 잘 거두어지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 여기에도 몇 가지 원인이 있다.

감정 중추의 흥분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 마음을 번다히 쓰면 잘 거두어지지 않으니 잠이 잘 안 오게 된다. 위장이 부담스런 사람도 기운이 아래로 거두어 들어오는 것을 중간에서 막고 있으니 방해돼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병을 앓고 난 허약한 노인은 거둘 기운 자체가 부족하여 잠이 잘 들지 않는다.

불면증으로 오는 분들을 보면 수 년간 불면으로 고생하면서 수면제를 계속 복용한 분이 많다. 맥을 짚어 보면 기운이 없어서 축 늘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신을 억지로 안정시키려다 보니 활기찬 기운이 없어져서 밤에 잠자기 위해 거두는 기운조차도 없어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장기간 치료를 해야 한다. 우선 가라앉고 처져 있는 기운을 돋워서 생기가 돌게 하고, 소화불량을 없애서 상하가 잘 소통하게 한다. 또한 불면으로 피부가 꺼칠해지고 눈이 잘 충혈되며 어지러운 증상이 있으면 피와 물기를 보태주는 약을 써서 부족한 것을 메워 준다.

   

이렇게 제반 증상들을 치료해 나가면서 정신을 안정시키고 맑게 하는 처방을 계속 써나간다면 오래된 불면증도 차차 수면제를 끊어가며 치료할 수 있다.

/정민수 행복한경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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