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학교 가는 길-착한 어린이 캠페인] (1) 캠페인을 시작하며

#1.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우진(가명·14)이는 표정이 어둡다. 필리핀 국적 엄마가 지난 2009년 갑작스런 난소암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 중이기 때문이다. 정신지체 장애 3급인 아빠는 늘 무기력하게 집에 누워 잠들기 일쑤다. 국가보조금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기에 우진이의 중학교 진학은 축하할 일이기보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2. 민지(가명·14)는 시골에서 외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돌이 되기도 전에 부모님이 이혼하고 행방을 감춘 탓이다. 청각장애가 있는 외할머니는 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이웃집 농사일을 돕는 등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교복을 잘 차려입은 민지 모습이 보고 싶다. 그러나 겨울에는 농촌 일거리가 없어 비싼 교복과 새 가방을 사줄 길이 막막하다.

초등학생용 가방 하나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기는 요즘, 아직도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교복을 준비하기 조차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 비단 중학교에 진학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 그리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가정 중에도 학용품과 준비물 마련이 어려운 데가 많은 현실이다.

지난해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학생복 물가가 지난 2012년보다 남자 13.2%, 여자 14.2% 급등했다. 1990년 4월 각각 17%, 16.5% 상승 이후 21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실제 유명 교복업체 교복 세트(재킷과 바지·치마, 셔츠·블라우스, 조끼) 가격은 30만 원 안팎에 달한다. 여기에 여벌의 셔츠와 블라우스, 체육복을 사면 교복 구입 비용은 50만 원이 넘는다. 교복 외에도 고등학교 교과서가 2012년보다 43.5% 뛰었고, 초등학교 참고서(7.1%)와 서적(5.5%)은 물론이고 필기구(11.1%), 공책(5.1%) 등 문구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렇듯 팍팍해지는 살림살이 탓에 주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입시 위주 교육 정책,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교육 현실은 아이들로 하여금 주변 어려운 친구들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36개국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계산한 결과 한국 청소년들은 35위에 머물렀다. '남과 더불어 사는 능력'이 비교 대상 36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경제적 뒤처짐이 아이들 자신감이나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면서 학생들이 동등한 수준에서 함께 출발하도록 함은 물론, 아동·청소년기부터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경남도민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는 오는 5월 5일까지 경남지역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나눔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자 '신나는 학교가는 길-착한 어린이 캠페인'을 펼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소액 기부나 물품 후원으로 직접 주변의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단체도 참여할 수 있다. 정기 후원(월 1만 원 이상)과 일시 후원(금액 제한 없음) 모두 가능하다. 후원에 참여한 어린이에게는 착한 어린이 증서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는 나눔 현판을 지급한다. '착한 어린이' 500명 발굴을 목표로 진행된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경남지역 아동·청소년들이 서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 신청과 문의는 055-237-9398로 하면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