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 멍석은 깔렸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말 그대로 지역 문화진흥을 위한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과 비서울 간 문화격차를 없애고, 지역 고유의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다. 지역문화진흥법의 기본 원칙은 △지역 간의 문화격차 해소와 지역문화 다양성의 균형 있는 조화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추구 △생활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 조성 △지역문화의 고유한 원형의 우선적 보전이다. 오는 7월 시행되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대해 알아보고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본다.

◇지역문화에 귀를 기울이다 = 지역문화는 '경제 논리'와 '중앙집중화 현상'에 의해 다양성과 특수성이 무시됐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서울에서 비서울로 상명하달식 문화가 팽배했고 중앙정부에 기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이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3 지역문화지표 지수'에서도 나타난다. 수도권 지역문화지수 평균은 0.140으로 비수도권의 -0.057과 큰 격차를 보였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문화지수 역시 달라졌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상위 30%)의 지역문화지수 평균은 0.101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하위 70%)의 -0.100보다 높았다. 이러한 현실, 즉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문화진흥법은 필요하다.

지역문화진흥법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3년 시작됐다. 17, 18대 국회 때 추진됐으나 2번 모두 발의 후 폐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법안의 필요성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지역문화진흥법의 주요한 내용은 △지역의 생활문화 진흥 △지역의 문화진흥기반 구축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정 및 지원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등이다.

이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문화예술단체 또는 동호회의 활동을 지원하고(제7조), 생활문화시설의 건립·운영 및 사업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제8조)할 수 있게 됐다. 지역 간 문화격차 현황 등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5년마다 조사하고(제11조) 시·도지사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문화도시를 지정해 신청할 수 있다.(제15조)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제19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는 지역의 특화된 문화자원을 창조적으로 발굴, 활용하여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국민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문화도시·문화마을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문화도시로 남원시, 문화마을로 공주 상신마을과 부여 규암마을이 선정됐다. 사진은 전북 남원시 광한루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예술인 의견 반영해야",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 = 지역문화진흥법에 대한 평가는 우선 '긍정적'이다.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뒤늦게나마 중앙정부가 법령 제정으로 재단 설립의 법적근거를 확인해줬다"면서 "지역문화재단이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가장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집행 주체임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앞으로 개정 보완할 내용이 있겠지만, 우선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기본 골격을 통과시켰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반겼다.

하지만 최대 관건은 실질적인 법의 시행을 위해서 예술인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냐는 것. 정부 차원의 시행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에 앞서 지역인과 예술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무현 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는 "지역문화진흥법의 시행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인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규 마산예총 사무국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지역문화진흥법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창동예술촌을 문화지구(마을)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는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학예사는 "민간의 적극적인 개입, 그리고 이 법을 적용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문화적 마인드를 향상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생활문화이든 전문예술문화이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개념이지 시혜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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