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한국어 강사 오인미 씨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외국인에게 '이름이 뭐예요?'라는 문장을 가르칠 때, 단순히 문장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유행하는 노래를 활용해서 '이름이 뭐예요? 전화번호 뭐예요?'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 거죠. 그러면 학생들 기억에도 오래 남고 수업을 재밌게 이끌어갈 수 있어요."

한국어 강사 오인미 씨는 김해·창원지역에서 외국인노동자·유학생·귀화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6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올해 29살로 젊은 나이지만 특유의 유머와 자타공인 실력으로 기업, 기관, 단체 등에서 강의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특별한 인기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재미예요. 아무리 좋은 내용도 지루하면 잘 안 듣죠. 항상 재미있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두 번째는 메시지예요. 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목표가 있어요. 그것을 빠뜨리면 안 되죠. 마지막은 빨리 마치는 것이에요. 명강의의 기본이죠. 그래도 정해진 수업시간은 지켜야 하니 중간에 쉬는 시간을 쉬지 않고 10분 일찍 마쳐요."

그녀가 일정표를 보여줬다. 일주일짜리 일정표는 강의 일정으로 빽빽하게 차있었다. 들어오는 강의 요청을 거절해야 할 정도라고 하니 과연 인기 강사답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아직도 임용시험을 준비할 마음이 없느냐고 물어본다. 그도 그럴 것이 인미 씨는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사업을 하는 어머니로서는 딸이 학교 선생님이 돼 조금 더 편안하게 살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 마음도 뒤로하고 그녀는 왜 한국어 강사가 됐을까.

6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오인미 씨는 특유의 유머와 자타공인 실력으로 강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릴 때 가야금을 배웠어요. 그래서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을 좋아하게 됐어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 과목인 국어와 한자 공부를 시작했어요. 성적이 좋아지니 다른 과목에도 흥미를 느꼈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보니 제가 꽤 잘하더라고요?"

그렇게 공부에 취미를 붙인 인미 씨는 고등학교 때 우리나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법대 벽이 높더라고요. 그래서 눈을 낮춰 들어간 곳이 한국어문학과였어요. 처음부터 선생님이 될 생각은 없었죠. 그렇게 학교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는데 이 길이다 싶었어요."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까지 운도 따랐지만 그 이상의 노력도 뒤따랐다. 말이 빠른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유치원 교사로 일했다. 또, 한국어 강사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그리고 2007년부터는 한자, 토익, 다문화사회전문가 등 매년 자격증을 하나씩 따고 있다. 노력 없는 대가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강사,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한 번은 기차여행에서 만난 한 학생에게 제 직업이 프리랜서라고 했더니 그 학생이 그러더라고요. 프리랜서를 한국말로 하면 비정규직이라고. 인정받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인미 씨는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 교사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수업 준비보다 행정업무에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 강사는 기본적인 교안과 일지만 작성하면 나머지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인미 씨에게는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이 부분이 한국어 강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그리고 또 다른 매력은 학생들 특성에 있었다.

"지금 한국어 강의 외에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전 과목도 가르치고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도 가르치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어 강의가 특별한 것은 모든 학생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수업에 임한다는 것이에요. 제가 따로 공부할 동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없으니 저는 수업만 잘하면 되죠. 재미있어요."

수업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일이고 수업은 놀이라는 그녀는 빽빽한 일정 사이에 비는 시간을 이용해 또 다른 일을 맡고 있다. 바로 공연·전시 등 지역문화행사를 알리는 사회적 기업 앨범버그(Albumberg)의 대표 자리다. 전공과 상관없는 이 일을 하게 된 것도 한국어 수업에서 학생으로 만난 왕옥용 씨와 인연 덕분이다. 인미 씨는 홍콩에서 온 옥용 씨의 사업 계획이 마음에 들었고, 그것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좌절되는 것이 안타까워 일을 돕게 됐다.

24시간을 쪼개고 쪼개 좋아하는 일과 자기계발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인미 씨.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 그 원천은 바로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다른 것 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못해'가 아니라 '일단 해보지 뭐'라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어요. '잘될 거다. 잘될 거다.' 자기 암시를 하다 보니 과정은 험난할지라도 결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더라고요."

시간이 없어서, 남들 보기에 별로, 수입이 적어서 등 그동안 우리는 못할 핑계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당장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자. 긍정적인 생각 하나면 그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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