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4)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 교육박물관

동장군이 가시는가 싶더니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좀처럼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 날씨가 원망스럽다.

어디를 가봐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한국관광공사가 졸업과 입학 시즌을 맞아 추천하는 교육박물관에 눈길이 멈췄다.

보고 즐기고 맛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이번엔 이야기가 있는 여행을 떠나볼 참이다.

그곳에 가면 단발머리 그때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두고 아이와 함께 찾는다면 학교를 막연히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도 될 듯하다.

물론 엄마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술술'일 게다.

옛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교육박물관은 국내에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체험·전시 공간이 가장 잘 꾸며져 있다는 충청북도 청원군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박물관으로 향했다.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일단 캠퍼스에 들어서면 대학가 특유의 싱그러움과 봄의 설렘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옛날 텔레비전.

교문 바로 왼쪽에 있는 교육박물관은 7500㎡(2270여 평)의 규모에 3만 점 이상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1·2층에 자리 잡은 전시실은 한국교육사실과 교육테마실, 학교사실, 교육체험실 등으로 나뉜다. 2층부터 보는 것이 순서인데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전시물들로 "그땐 그랬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교육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1층 교육체험실이다.

'나라를 빛내는 국민이 되자'는 문구와 함께 예전 교문이 우리를 반긴다. 초록색 철문을 지나면 옛날 교실이 나온다. 나무로 만든 의자와 곳곳이 상처인 짙은 초록색 페인트를 칠한 둔탁한 책상. 이제는 몸의 절반도 채 걸칠 수 없는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교실 한가운데는 난로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그곳엔 철제 도시락통이 한 곳에 쌓여 있다.

반공·방첩이라는 구호가 어색하지 않았던 교실 속 한가운데 앉았다. 교실 수가 모자라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 다녔던 국민학교 1학년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책상이 모자라 교실 바닥에 앉아 공책에 힘을 줘가며 글씨를 쓰던, 까맣게 잊고 있었던 30년도 더 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시간표.

복도로 나오면 청소하고 있는 어린아이 모형이 눈에 띈다. 장학사라도 오는 날엔 한 줄로 다닥다닥 쪼그려 붙어 앉아서 초를 바닥에 칠하고 마른걸레로 닦아 광을 내며 똑같이 한 발씩 앞으로 나갔던 내 모습이 그곳에 있는 듯하다.

쪽문을 나가면 학교 앞 풍경이 펼쳐진다. 쫀드기, 아폴로 등 불량식품이 늘어선 문방구와 달고나 아저씨. 용돈 50원 받는 날엔 아폴로를 살지, 달고나를 할지 고민하던 그 시절.

동요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학교 앞이나 시장통 입구에 어김없이 서 있던 놀이기구 '말타기'가 예전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등굣길 재현 모습.

애국가만큼이나 친숙했던 국민체조를 그 시절 그 음악과 함께 따라해 볼 수도 있다.

추억을 남기려고 옛날 사진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교원사진관'으로 들어갔다. 검은색 바탕에 하얀 깃의 교복과 알록달록한 교련복,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들이 옆구리에 끼고 부산 시내를 열심히 뛰었던 그 시절 가방 등의 소품이 준비돼 있다. 하나하나 차려입고 사진을 찍고 인화했다. 교육박물관을 배경으로 추억 사진이 완성됐다.

좀 더 세월을 거슬러 퇴계 이황이 학문을 연구하고 많은 제자들을 교육한 실제 도산서당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전통 서당 위에 올라 서당 앞에 자리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기왕 동심으로 돌아간 김에 2층 전통놀이 체험실로 다시 올랐다. 투호와 공기놀이 등 제법 몸을 써가는 놀이로 머나먼 추억 여행을 마무리했다.

△관람시간 =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043-230-3821.

옛날 교과서.
옛날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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