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국외 장기체류자, 건강보험료 90만 원 환급받고 173만 원 다시 낸 사연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당사자가 장기 출국한 경우 가족이 국내에서 치료약품 구입 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또한 출국 기간에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할까? 정답은 1개월 이상 외국에 체류하면 건강보험료 납부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따라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내지 않아도 되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90만 원 돌려주고 173만 원 내라고? = 창원 진해구에 사는 김모(29) 씨도 이 같은 사실을 몰라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근무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여름 급성 심근경색으로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김 씨는 종종 수술 후 복용해야 하는 약을 타서 일본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냈다.

지난달 김 씨는 아버지가 한국보다 일본에 있는 기간이 더 길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문의했다.

공단 측은 건강보험 가입자는 1개월 이상 외국 체류 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내와 함께 그동안 납부한 3년 치 보험료 90여 만 원을 환급했다. 김 씨는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90여 만 원을 돌려준다는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 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김 씨 집으로 공문이 날아왔다.

내용은 출국 중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데 출국기간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은 사실이 확인돼 173만 4139원을 환수한다는 것이었다. 김 씨가 그동안 아버지를 대신해 한국에서 일본으로 보낸 약 때문이었다.

◇얘기하면 환급 아니면 말고 =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4조와 제74조에 따르면 1개월 이상 여행이나 업무상 외국에 체류할 경우 국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건강보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김 씨 아버지가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를 환급받는 것도, 받았던 혜택을 돌려주는 것도 맞다. 하지만 문제는 알리면 적용되고 알리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김 씨가 건강보험공단에 환급액을 갑자기 청구하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공단 측은 "지난 1월 김 씨 가족의 문의전화 이후 건강보험이 잘못 적용된 것을 인지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 아버지는 3년 동안 독촉 한 번 받지 못하고, 173만 원이 넘는 금액을 돌려주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아버지가 일 년에 두 번 정도 귀국하는데 그때 일정기간 먹을 수 있는 약을 타 갔을 것"이라며 "3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문의전화를 받고 선심쓰듯 보험료를 환급하고, 보험이 잘못 적용됐다며 환급액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을 환수하니 황당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측은 "현재로서는 공단에서 가입자들의 출입국 현황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어 당사자가 문의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직장인은 사업장에서, 개인은 직접 건강보험료 자격정지 신청을 해야 보험료가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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