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맛 읽기] 혼자 먹기의 진수

과거보다 '나 혼자 산다'는 사람이 확실히 많아졌다. 곧 '나 혼자 밥 먹는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통계청 가구변화 지표에 따르면 20년 사이 1인 가구는 4배나 증가했다. 1인 가구는 1990년 101만 가구에서 2000년 226만 가구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415만 가구로 늘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추세다. 2020년에는 1인 가구가 587만 가구, 2030년에는 709만 가구로 확대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대세임이 드러나자 경영 분야에서는 1인가구를 소비시장의 핵심 주체로 부각한다. 경제학에서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시대가 활짝 열렸다며,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다.

심증이 아닌 물증으로 1인 가구가 대세인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보니 기업들도 앞다투어 1인 가구에 맞춰진 생활용품, 가공식품 등을 내놓고 있다.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지갑을 열게 할 대상은 이제 온 가족의 밥상을 책임지는 엄마·아빠에서 혼자 밥상을 꾸리는 단독 가구주로 변화하고 있다.

   

◇혼자 밥먹기 도전기 = 인터넷 검색창에 '혼자 밥먹기'를 두드리면 레벨 1부터 레벨 9까지 나온다.

1단계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먹기부터 도전했다. 혼자 벽을 보고 먹기에 거리낌이 없는 장소이다. 둘이서 속닥거리며 라면을 먹으면 눈치가 보일 만큼 혼자 먹는 사람이 늘어나면 게 눈 감추듯 빨리 먹고 나오느라 바쁘다.

주인장이나 주변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지만 편의점은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2단계 백화점·마트 등에 있는 푸드코너나 3단계 분식집·김밥천국 그리고 4단계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편의점보다 여유 있게 혼자 먹을 수 있다. 두 가지 점에서 혼자 먹어도 마음이 편한데 하나는 다른 손님 눈치를 안봐도 된다는 점, 다른 하나는 가게 주인장 시선이 따갑지도 않다는 점이다.

이들 공간에는 혼자 먹는 사람이 나뿐 아니라 여럿이 있어 왠지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선불 시스템, 음식을 직접 갖다 먹는 시스템 등도 눈치를 덜 보게 하는 조건이다.

선불은 손님 입장에서 값을 먼저 치렀으니 왠지 모르게 당당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음식 맛도 보기 전에 계산을 해버린 꼴이다. 이런 경우 맛없는 음식을 불평 없이 먹게 될 확률이 높다.

음식을 먹고 난 뒤 계산을 하는 후불 시스템에서는 음식값을 지불하며 국이 짜다든지 밥알이 너무 날린다든지 주인장 또는 점원에게 불평을 할 기회가 생긴다.

번호를 기다렸다가 주방에서 음식을 내놓으면 손님이 쪼르르 달려가 음식을 받아 먹는 형식도 테이블에 떡하니 앉아 차림상을 받는 구조보다 눈치를 덜 볼 수 있다. 마트 푸드코트나 김밥천국 밑반찬은 대부분 김치나 깍두기, 단무지가 전부여서 반찬을 더 달라 잘 하지도 않지만, 혹 더 달라 해도 미안함이 덜하다.

5단계 중국집, 6단계 일식집, 7단계 스파게티 전문점 등에서 혼자 먹기도 단계마다 차이는 있지만 별반 어렵지 않다. 우선 중국집은 혼자 배달을 시켜먹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서 먹으면 덜 미안하고 음식도 더 잘 나온다.

일식집은 대체로 바 형태로 1인 손님만을 위한 자리를 갖추고 있어 심리적으로 편하다. 주인장이나 조리사 등 대화 상대까지 있어 나홀로 식사라는 느낌도 덜 받는다.

7단계 스파게티 전문점도 한식당보다 쉽고 편하다. 한식당의 경우 '저희 업소는 2인상이 기본임'이라는 푯말을 붙여 놓은 곳은 그나마 양반이다. 멋도 모르고 앉았는데 1인상은 내지 않는다거나 반찬이 떨어졌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8단계 찜닭·고깃집·전골 요릿집 등에서 혼자 먹기는 9단계인 술집에서 혼자 마시기보다 어렵다. 고깃집 삼겹살은 대체로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 혼자 2인분을 시켜 먹으면 주인장부터 주변 사람까지 이상하게 쳐다본다.

한식은 일식이나 양식에 비해 1인상 차림을 찾기가 어렵다. 일식이나 양식은 혼자 먹으러 갈수록 서비스 질이 높은 반면, 한식은 혼자 먹으러 갈수록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혼자 밥 잘 먹는 법 = 한식을 먹을 경우 일명 피크 시간대는 피하는 게 좋다. 점심때는 대개 낮 12시를 기준으로, 20분 정도 미리 움직이면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밥을 먹고 있다는 눈치를 덜 받게 된다.

저녁시간에는 점심시간보다 혼자 밥 사먹기가 더 힘들다. 식당 대부분이 저녁에는 술집으로 변해, 주변 손님들이나 주인장 눈치보기가 점심때보다 심하다. 차라리 재료를 사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인기 있는 파스타 집에서는 1인이라서 예약하기 편할 때가 있다. 기본 2인 이상은 식사하고 후식까지 즐기는 시간이 2시간 정도가 기본이라 회전율이 높지 않다.

식사 시간이 30분에서, 길어도 1시간을 넘기지 않는 1인은 빈틈을 활용해 들어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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