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블로거 간담회…다양한 기능 알게 돼

6·4 지방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블로거 간담회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후보들이 간담회를 원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관에서 홍보를 위해 언론이 아닌 블로거들을 상대로 직접 간담회를 요청한 것은 드문 일인데 말입니다.

2월 20일 열린 간담회는 평일이라 참석한 블로거들이 많지 않았는데 그에 비해 준비를 너무 꼼꼼하게 해서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어떻게 블로거 간담회를 할 생각을 했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이제 세상이 바뀌지 않았냐고 그럽니다. "SNS기능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개인 간의 소통을 넘어 여론을 형성하고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니냐."

그렇더라도 이렇게 블로거 간담회를 기획할 정도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마인드가 아주 뛰어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블로거 간담회를 통해 선거관리위원회 이미지도 알리고 새롭게 바뀌는 선거법, 선거 방식과 함께 6·4 지방 선거도 홍보하기 위함이 블로거 간담회의 취지라고 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20일 블로거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간담회 모습.

그러고 보면 저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뭐 그런 단체가 있는 모양이구나. 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길을 가다 '선거관리사무소' 간판이 눈에 뜨일 때도 선거라는 것이 1년 365일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데 평소에는 무슨 일을 하는 거지? 무슨 관변 단첸가? 그런 정도로 무심하게 생각을 했으니까요.

이번 블로거 간담회를 통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 선거의 중요함에 대해서 새삼 인식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부 기관들이 '경남선거관리위원회'처럼 국민들을 상대로 각 기관들의 역할을 널리 홍보하는 것도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공공 기관들이 있음에도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으니까요.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름으로 짐작건대 선거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구나. 그 정도는 누구나 생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대통령선거부터 국회의원선거, 시도지사선거, 시도의원선거, 시군 의장 선거 등 이런 저런 선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요.

많은 것이 변하고 달라졌듯이 선거도 그렇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때 비누도 받아보고 봉투도 받아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이 먹은 유권자라면 다들 있을 텐데 말입니다. 지금은 선거법 위반이 범죄 행위가 되었지만 그런 것들이 아무 죄가 아닌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시대를 거스르는 선거판이 있다고 하는데 어딘지 짐작이 되시는지요? 바로 농·수·축협조합장 선거라고 합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관련이 없으면 무심하거나 모르거나 그렇습니다. 비교적 관리를 덜 받게 되는 관변단체장 선거는 여전히 혼탁하다고 합니다. 금품이 오고가고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한다고 하니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이 농·수·축협조합장 선거라고 합니다. 이런 선거들이 깨끗해지지 않으면 공직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공정 선거에 대한 이미지를 바로 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쪽에서 아무리 정화를 한다고 해도 다른 한 쪽이 맑지 않으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흐릴 수밖에 없는 거겠지요.

그런데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각 기업의 노조 선거, 아파트관리 소장 선거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학교 반장 선거도 관리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노조는 워낙 자존심이 강한 단체라 의뢰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아파트 관리소장 선거를 관리해 본 경험은 있다고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이긴 하지만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강제 규정을 두지 않고 자율에 맡긴다고 하는데 잘만 활용하면 무척 유용할 것 같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학교 반장 선거입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반장 부반장 선거를 할 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생님이 공부를 잘하거나 부자거나 그런 아이들을 임의대로 지목을 해서 투표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고 싶지 않은 아이가 선생님 추천으로 후보에 나갔다가 덜컥 당선이 되는 바람에 사의를 하고 재투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하고 싶어도 성적이 안 되거나 선생님한테 밉게 보여서 후보에 나가지도 못한 경우도 있고요. 투표를 하는 방법도 눈을 감고 거수를 했던 기억이 많을 겁니다. 비밀 투표가 아니었던 거지요. 실눈을 뜨고 누가 누구 편인지를 확인을 하고 그랬습니다.

이런 학교 안 선거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바꾸는데 선거관리위원회가 일조를 했다고 합니다. 기표소나 투표함을 대여해주고 절차를 도와주는 일을 한 거지요. 학교 반장 선거쯤이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다면 이 아이들이 자라서 공정 선거에 대한 개념을 가지기가 결코 쉽지 않을 일이라는데 생각이 미치면 그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들인가 새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단순하게 선거를 준비하고 치르는 일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꼼꼼하게 사회 전반적인 문제까지 짚어나가는지를 생각게 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도만 잘 만들어지고 지켜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의 의식이 제도보다 더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는 여러가지 일 중의 하나로 민주시민정치교육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성숙한 시민 의식을 만드는 일에 거들고 참여하는 일은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선거를 준비하는 기간이 6개월이라고 합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마무리에 다시 3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한 번 치르는 선거의 준비와 사후관리에 걸리는 시간이 1년이 걸리는 셈입니다. 눈에 드러나는 일의 수십 배의 공을 들여야 한 번의 선거가 마무리된다는 거지요. 선거법 위반이나 중도 사퇴로 인해 재선거, 보궐선거를 하게 되는데 이런 일들이 얼마나 엄청난 노력과 돈이 수반되는지에 대해서 후보자들도 책임을 느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후 국정원 개입으로 인한 갈등은 취임 후 1년이 지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할 일이 태산임에도 불공정한 선거로 인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을 보면 올바른 선거의 중요함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민주주의, 공정한 선거를 통해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노고를 새삼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달그리메(작은 나무 큰 그늘·http://dalgrim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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