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양산시 자원순환과 정성희 씨

"특별한 것도 없는데 인터뷰는 좀…."

이렇게 손사래 치던 37살의 늦깎이 공무원.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자 평범한 공무원이라는 생각이 들 뿐 정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고액연봉의 은행원에서 박봉의 공무원으로 변신하고, 공직에 발을 내딛자 마자 결혼과 함께 연년생 아들을 출산하는 등 3년만에 여성으로서의 성공과 행복을 모두 이뤄 낸 부분에서는 '슈퍼맘'이나 '치열한 전사'를 떠올리게 했다.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내재하고 있는 양산시 자원순환과 자원순환담당 공무원 정성희(37·행정8급·사진) 씨.

20대로 보이는 '동안'의 모습 뒤에는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과 당찬 성품을 갖추고 있다.

양산시 남부동에서 태어난 정 씨는 양산에서 초·중·고를 나온 뒤 부산 동아대학교 경영학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복수전공했다. 졸업 후 당연한 듯 은행에 취업해 5년여간 은행원으로 일했다. 은행 취업 전에는 2개월 간 증권회사에 근무한 경력도 있다. 그러다 그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은행을 그만두게 된다.

   

정 씨는 "당시 은행에서 각종 자격시험과 보험상품 등 공부할 게 너무 많았다"며 "갑자기 이렇게 공부할 바에 차라리 꿈꾸어 오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30살의 나이에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 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뛰어들게 된 데는 대학동기이자 남자친구의 격려와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정 씨는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번 돈을 들고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찾았다. 쪽방에서 1년간 시험공부에 매진한 결과 2008년 5월 서울시와 경남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같은해 4월에 응시한 국가직 시험에서는 떨어졌으나 좌절하지 않고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했다.

정 씨는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나 내가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진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도녀(차가운 도시여자)' 같은 외모와는 달리 서울시 공무원 입문을 포기하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고향인 양산시 공무원을 택한 '순정녀'였다. 그러나 늦깎이 공직입문과 함께 잇따라 찾아온 출산 등으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2009년 양산시 원동면으로 첫 발령을 받은 후 5개월여 만에 7년간 사귀어 오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다. 이어 이듬해부터 연년생 아들을 낳게 되면서 꿈꾸어 오던 공직을 한동안 내려놓게 된다.

행운처럼 찾아온 연이은 임신과 출산이었지만, 장기 휴직을 하게 되면서 직장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 것이 부담이었다,

그러나 양산시가 여성친화도시인 점이 심리적으로 많은 위로가 됐다.

정 씨는 "아무리 국가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솔직히 출산휴가 등에는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며 "그래도 나는 공무원이어서 나은 점이 있었다.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참 어려움이 많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 씨는 두 젖먹이를 인근에 사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2012년 7월 양산시 자원순환과 순환담당 공무원으로 복직했다.

정 씨는 1년 6개월여간 자원순환과에 근무하면서 자원재활용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재활용 홍보전령사를 자임하고 있다. 읍면동 기초수급자와 유공자, 장애인 등에게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배부, 시민알뜰나눔마당, 국토와 하천대청소 등의 업무 외에 시간을 할애해 재활용 분리배출을 홍보하고 있다.

그는 "헌 이불은 헌옷수거함이 아닌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하는 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며 "재활용만 잘 해도 한달에 쓰레기 종량제 봉투 한장만 사용할 정도로 절약할 수 있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며 가정에서의 실천을 당부했다.

정 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 공직에 입문해 출산 등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힘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일하는 여성에 대한 폭넓은 배려와 남성들의 이해가 더욱 요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엄마의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 공직을 선택했다는 정 씨는 앞으로 영어공부에 더욱 매진하고 전공을 살려 시청 회계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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