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나무가 앙상해지고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뜨끈뜨끈한 참숯, 대나무 등등 여러 찜질방에 앉아 땀을 빼는 것이 먼저 생각난다. 찜질과 청소년은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참숯가마니, 게르마늄이니 땀 빼고 피곤한 몸을 쉬게 하는 그런 곳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요즘 찜질방이 단순히 목욕과 찜질만 하는 곳이 아니라 편하게 쉬는 공간도 있고 음식도 먹으며 게임도 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여가시설로 발전되면서 청소년들도 친구들끼리 한 번씩 놀러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실 보통의 학생들이라면 찜질방을 놀이공간 삼아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어쩌다 가족끼리 함께 가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 역시도 공부로 바쁘기만 한 우리 학생들에겐 쉬운 경험은 아닐 것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찜질방의 청소년 출입 문제가 가끔 뉴스에 나온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방학이면 청소년 탈선 장소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출 청소년들의 은신처로 지적되곤 한다. 특히나 최근엔 스마트폰 절도라는 청소년범죄의 장소로서 찜질방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에 청소년들의 밤 10시 이후 찜질방 출입을 금지한 것에 대한 위헌 소송이 있었다. 청소년들이 밤에도 찜질방 가게 해달라 소송을 했을까? 물론 아니다. 바로 찜질방 업주들이 소송을 냈지만 결국 이 소송은 기각 되었다. 즉 밤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는 합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그래서 현행법상 이 법을 어겼을 경우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을 받는다. 다만 부모 등 친권자가 동반하거나 출입동의서를 얻을 경우에는 출입이 가능하다.

필통 취재진은 진주의 여러 찜질방 중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좋은 4곳을 선별해 밤 10시에서 10시30분 사이에 2명씩 짝을 이뤄 찜질방 진입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취재 전 사실 담배나 술 판매와 같은 경우와는 달라서 찜질방 출입에 크게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었다.

결과는 조사한 4곳 모두 출입을 할 수가 없었다. 평거동 C찜질방의 경우는 학생은 안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했으며 신안동 T찜질방의 경우엔 보호자 없인 들어갈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강남동 F찜질방의 경우엔 신분증을 달라는 요구를 했고 신분증을 두고 왔다고 하고 대학생이라고 우겨 보았지만 신분증 없이는 출입을 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호탄동 N찜질방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결과였다. 한 찜질방 주인은 요즘 연말연시라 단속이 있기도 하지만 괜히 밤에 학생들을 받았다가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단속에 걸리면 피해도 크지만 스마트폰 분실 등으로 찜질방 이미지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취재진은 그렇다면 10시 훨씬 이전 시간인 8시쯤에 찜질방에 들어가 있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10시가 되었을 때 찜질방 측에서 어떻게 청소년들을 퇴실시키는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8시 신안동 T찜질방 카운터에서 직원과 언쟁을 벌이는 광경이 벌어졌다. 찜질방 측은 학생은 들어갈 수 없다고 했고 기자는 10시 전인데 못 들여 보내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직원은 10시가 되어서 나올 때 신분확인을 할 수 없다며 들여보낼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스스로 시간이 되면 나오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10시가 되면 직원들이 찜질방 내에서 안내를 하고 돌아다니면서 청소년들을 확인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늦은 저녁부터는 아예 학생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취재진이 조사한 4곳의 찜질방의 경우엔 10시 이후 청소년들의 출입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법을 잘 지키고 있었다. 반가운 결과고 찜질방 업주들의 청소년 보호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찜질방조차도 출입이 완전 통제된다면 가출 청소년들이나 방황하는 일부 학생들은 또 어디로 갈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막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대안도 같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갈 곳이 없으면 더 나쁜 범죄의 유혹에 빠질 테니까 말이다.

/천홍주(진주여고), 최용환(진주기공), 이원창(대아고)(http://www.ifeelt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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