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75) 러시아 쌍두독수리

◇러시아 선수복의 독수리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 유니폼을 보면 독수리가 숨어 있다. 선수복 왼쪽 팔에 그려진 독수리를 보면서 궁금해진다. 독수리가 어떤 의미이길래 붙었을까? 우리나라 봉황이나 삼족오처럼 러시아에도 쌍두독수리가 참 소중한 새인가 보다. 안현수와 김연아를 오가면 러시아가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한다. 러시아 쌍두독수리도 좋았다가 싫었다가 할 것이다.

◇러시아 국장 쌍두독수리

15세기 말 러시아 황제가 비잔틴(동로마) 제국 마지막 황제의 질녀와 결혼하면서 동로마제국의 쌍두독수리를 쓰기 시작한다. 로마에서 비잔틴으로 이어진 전통을 모스크바에서 다시 부활하고 싶었을 것이다. 20세기 초반 공산 혁명 이후 낫과 망치로 바뀌었다가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되면서 2000년 공식 러시아 국장(國章 : 국가의 상징, national emblem)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러시아 국장.

러시아 쌍두 독수리는 러시아를 닮았다. 동양과 서양 양쪽 모두를 쳐다보며 영토를 확장하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강한 힘을 가졌다. 하지만 반대로 머리 두 개는 힘이 약해지면 분열되고 나약해지는 소련과 러시아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유럽의 독수리 문화

러시아도 독수리지만 미국도 흰머리독수리가 상징이다. 나치 독일도 지금의 통일 독일도 독수리가 상징이다. 고대 로마부터 동로마제국 이후 동유럽에서 독수리는 계속 그 나라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독수리를 자기네 공식 국가 상징(국장)으로 사용한다. 오스트리아, 독일, 러시아, 루마니아 같은 유럽에서도, 미국과 멕시코 같은 아메리카에까지 그리고 예멘과 아랍에미리트, 이집트와 이라크 같은 중동 국가도 독수리가 상징이다.

독일 국장.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면서 자기 상징으로 독수리, 사자, 코끼리, 수탉, 백합 중에서 독수리를 상징으로 결정한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도 독수리를 상징으로 사용한다. 미국도 영국에서 독립하고 1782년 미국 상징으로 흰머리독수리를 정한다. 독수리가 발톱으로 쥐고 있는 화살의 숫자와 줄무늬와 별 숫자도 모두 13이다. 독립할 때 미국의 주가 13개라는 뜻이다.

나폴레옹이 만든 프랑스 국장.

◇서양 독수리

서양에서 독수리는 하늘의 제왕으로 힘과 승리를 상징하는 새다. 서양 신화에서 독수리는 신들의 왕 제우스가 변신한 새였다. 로마제국은 독수리가 상징이고 로마 군대 깃발도 독수리로 장식했다. 중세를 거치면서 동유럽국가의 상징은 독수리가 되었다. 기독교에서도 뱀과 결투를 벌이는 독수리는 악마와 맞서 싸우는 예수로 해석된다. 독수리는 늙어서 눈이 흐릿해지면 태양을 향해 날아서 흐릿한 눈을 다시 만들고 물 속으로 들어가 완전히 새로운 독수리로 거듭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독수리는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을 상징한다고 한다.

미국 국장.

◇한국으로 흘러들어온 독수리

연세대학교 독수리와 대전 한화 이글스 야구팀의 독수리는 대표적인 서양의 영향을 받은 서양 독수리이다. 대한민국 경찰의 상징도 대전 한화 이글스의 상징도 미국 흰머리독수리가 원조다. 롯데 캐슬 아파트 독수리 로고도 비슷한 유형이라고 하겠다. 대한제국 기념 주화를 러시아에서 만들어서 독수리 기념주화가 만들어졌다. 우리도 쌍두독수리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해방 이후 미국의 제도와 문화를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면서 우리나라 곳곳에 쌍두독수리와 흰머리독수리 흔적이 참 많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행진곡으로 제일 많이 나오는 음악도 바로 쌍두독수리 행진곡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가장 많이 들었던 행진곡을 우리 딸이 유치원 운동회 때 그 음악에 맞추어 북을 치며 행진하는 모습을 보았다. 생태와 문화가 정치이고 권력이며 살아 숨쉬는 생명인 것을 증명해 주는 장면이었다. 내 손자 손녀도 쌍두독수리 행진곡으로 운동회 행진을 하게 될까? 참 궁금해진다.

◇독수리(Vulture)와 수리(Eagle)

여기서 우리가 독수리라고 부르는 독수리와 신화와 국가 상징에 나오는 독수리는 다른 새다. 독수리는 독(대머리 禿)과 수리가 합쳐진 말이다. 겨울이 되면 고성과 창녕 우포, 김해 화포천에 찾아오는 독수리는 영어로 Eagle이 아니라 Vulture라고 한다. 이글은 사냥을 하지만 벌처는 사냥을 하지 않고 죽은 고기만 먹는 생태계의 청소부이고 성자다. 영어에서는 이글과 벌처가 확실히 다른 말로 구별이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독수리와 수리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 미국 흰머리독수리도 Bald Eagle을 번역하면서 대머리 독수리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흰머리독수리나 흰머리수리라고 번역해야 맞을 것이다. 수리 중에서 가장 용맹한 Golden Eagle을 검독수리라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머리 독자를 빼고 검수리라고 하자고 하지만 여전히 조류도감에는 검독수리라고 되어 있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