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갑이다-이것이 쟁점] (2) 경남교육감

이번 경남교육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후보자의 정책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투표용지가 후보자 이름을 추첨 순서대로 세로로 나열하던 방식에서 가로나열식으로 바뀌고, 나열하는 순서도 기초의원 선거구별로 달라진다. 이에 유권자가 후보자 이름을 보고 '고를' 확률이 높아졌다. 그 어느 때보다 후보자의 정책과 성향이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경남교육감 선거는 지난해부터 '진보'와 '중도' 진영에서 교육감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단일 후보를 앞세워 '보수' 진영인 현 교육감에게 도전하는 양상이다. 진보 성향의 91개 시민사회단체가 뽑은 박종훈 예비후보는 현 경남교육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김명룡 예비후보와 김선유 예비후보는 보수와 진보로 가르는 해묵은 이념 갈등에 피로감을 보이는 도민을 겨냥해 중도를 표방하고 나섰다. 반면 고영진 교육감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22일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출마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이들은 도지사와 교육감을 묶는 러닝메이트제와 임명제를 반대하며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큰 틀에 동의한다. 하지만 교육 현안과 정책에 대한 성향은 다르게 드러낸다.

이에 이번 교육감 선거의 당락은 보수와 중도, 진보가 맞붙는 쟁점별 공약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무상급식 확대? 유지? 재논의? = 경남도가 도교육청과 합의한 학교 무상급식 로드맵을 깨면서 동(洞) 지역 중학생 무상급식 확대가 무산됐다. 도는 열악한 재정을 탓했다. 결국, 무상급식은 '안전한' 예산 확보가 관건인 셈이다.

도교육청은 이번 동 지역 중학생 무상급식 무산에 대해 애초 로드맵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예산을 확보, 무상급식이 축소되지 않아 할 도리는 했다는 입장이다. 무상급식비 중 식품비 70%를 분담했던 도와 정면대결을 피한 채 전년도 수준으로 합의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박종훈 예비후보가 가장 먼저 무상급식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예비후보는 학교 급식비 지원은 도지사와 교육감의 생각에 따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고무줄 예산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조례로 급식비 지원을 명문화해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룡 예비후보는 무상급식을 기본으로 하되 재원 마련 방법과 대상 학생을 유연하게 고려하자는 입장이다. 도교육청의 전시행정을 줄이고 기부를 받고 기초자치단체장과 협력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서 재원에 따라 유동적으로 시행하자고 밝혔다. 또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논쟁은 학부모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자고 제안했다.

김선유 예비후보는 먼저 예산을 부담하는 도민이 무상급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자고 했다. 무상급식은 도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합의를 위해서는 조사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통해 세금을 내는 도민의 생각을 묻자고 제안했다. 무상급식은 '교육복지 전부가 아니라 중요한 선택 중의 하나'라는 입장이다.

도와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로드맵이 2014년으로 끝이 나고, 무상급식에 대한 후보마다 견해차가 크면서 이번 교육감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2월 치르는 고입 선발고사 = 올해 12월 치르는 '2015학년도 고입 선발고사'도 뜨거운 감자다. 시행 10개월을 앞둔 현재 시험은 학생과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다.

고입 선발고사 부활은 지난 2011년 고영진 교육감이 중학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꺼내 들었다. 도교육청은 고입 선발고사가 중학교 3학년의 학기말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를 돕고 학생은 3년간 배운 것을 정리해볼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당시 전교조 경남지부 등 연합고사도입반대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졌다. 이들 단체는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3학년 2학기 때 2차 시험을 12월에 치면 된다고 반박하며 고입 선발고사는 학생의 무한경쟁과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반대했다. 이렇게 1년 넘게 도내 교육계를 흔들었던 고입 선발고사는 지난 2012년 1월 고영진 교육감의 선발고사 도입 확정 발표로 일단락됐다.

오는 12월 시행에 대해 김명룡 예비후보는 조건부 찬성했다. 반면 박종훈 예비후보는 폐지, 김선유 예비후보는 유보다.

김명룡 예비후보는 고입 선발고사는 시대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올해 시행하기로 한 이상은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평가와 도민의 의견 수렴을 통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자고 밝혔다.

박종훈 예비후보는 폐지를 주장한다. 지난 2011년 고입 선발고사 반대 운동에도 참가했던 박 예비후보는 좋은 교육감 만들기 희망 네트워크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면서부터 고입 연합고사를 폐지하고 실질적인 고교 평준화 등을 내세웠다.

반면 김선유 예비후보는 학부모·교원 여론조사를 거쳐 시행 여부를 재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진학에 입시가 있으면 중학교는 입시를 목표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가계에 부담이 되는 사교육비 지출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교과서 전환 =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 논란으로 촉발된 국정교과서 체제 부활 논란도 유권자가 교육감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각차가 분명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먼저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출마가 확실시되는 고영진 교육감은 찬성하고 있다. 고 교육감은 현행 검정교과서 제도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선유 예비후보는 국정교과서 부활은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축소할 수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종훈 예비후보와 김명룡 예비후보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발상으로 반대했다.

박 예비후보는 교과서의 내용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재단하겠다는 발상이라면 대단히 위험한 권위주의적인 사고라고 비난했다. 일부 정치인의 국정체제 환원 주장은 교육의 핵심인 자율성에 치명상을 가하는 반교육적 행위라고 밝혔다.

김 예비후보는 교과서검정위원회에 대한 객관성 문제를 우려하며 국정교과서 부활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교육전문가와 교원이 아닌 관료에 좌우되는 현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