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비스센터 노조 요구에 경제지, 앞뒤 자르고 비판

◇1년차 연봉 5000만 원 요구라!

오늘 포털을 검색하다가 '중소기업 1년차에 연봉 5114만 원 요구한 금속노조'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 경제지더군요.

기사를 읽으면서 기자가 마치 특종을 잡은 듯이 흥분해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은 '이 기자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을까?' 와 '노동조합이 뭔지는 알고 있을까?'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노동자 죽음에 침묵했던 언론

2013년 11월 초 충남 천안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한 센터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표적감사 등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습니다.

천안에서는 이후 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렸고, 12월에는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농성이 이어졌고, 제법 규모가 큰 집회도 수차례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최종범 열사의 죽음으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알려졌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에서 3월 1일부터 노동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원인에 대해서는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생뚱맞아 보이기도 할 만큼 단신으로 처리를 했습니다.

◇정규직 70% 수준의 요구가 과도한 요구인가?

이 신문은 금속노조에서 요구한 내용이 너무 과도하다고 제목에 달았습니다.

기자가 조금만 관심이 있었으면 이 요구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요구는 삼성전자서비스 각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거의 한 달 가까이 매일 저녁에 모여서 주변의 상황 등을 확인해서 제출한 것입니다.

금속노조 담당자들이 '요구안의 기준이 뭐냐?'라고 했을 때, 조합원들은 '정규직의 70%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불법파견의 의혹이 있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70% 수준의 근로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인가요?

◇모든 센터가 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한 것은 이해가 되는가?

오히려 노동조합에서 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기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많은 삼성전자서비스 각 센터에서 7월말에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교섭이 이루어진 것은 9월 중순에 들어서야 가능했습니다. 각 센터에서 교섭과 관련한 법을 지키지 않아서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명령을 받고서야 교섭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도 교섭에 나온 각 센터의 사장들은 짜고 치듯이 경총의 노사대책본부장 한 명에게 교섭권을 위임했고, 이 본부장은 다시 노사대책팀장 또는 책임전문위원에게 교섭권을 재위임하는 기형적인 교섭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렇게 나온 교섭대표들도 교섭을 2~3주마다 한 번씩 하자고 하면서, 교섭을 요구한 지 7개월 다 되어가는 지금도 노동조합이 요구한 단체협약에 대한 제대로 된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추석에 직원들에게 1만 원짜리 선물 하나도 살 돈이 없다고 하던 각 센터에서 어떻게 짜고 치듯이 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할 돈이 만들어졌을까요? 이게 기삿거리 아닌가요?

◇노조에 대한 이해는 있는가?

기자는 기업별 교섭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금속노조가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표현은 노동조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각 센터의 노동자들은 센터별로 별도의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이 아니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라고 하는 산별노조에 가입을 한 것입니다. 금속노조의 지역별 담당자들의 금속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교섭권을 위임 받아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센터별로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가 별로 없으므로 중앙교섭을 통해서 문제를 풀자고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평소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주장하는 교섭비용을 줄이는 최상의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경총은 이러한 중앙교섭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은 전 센터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그 자리에 금속노조 담당자들과 경총 담당자들이 앉아서 교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문제를 삼는 것은 각 센터의 (형식상이든, 실질적이든)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교섭에 나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교섭에 나오지 않습니다. 교섭권을 위임받았다는 경총의 직원들과 팀장들만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을 더 꼬이게 하는 한 원인이기도 하지요.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7월 14일 출범했습니다. 그 바로 다음 주에 통영의 성동조선해양이라는 사업장에서 9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서, 교섭을 진행, 현재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황입니다.

기자의 논리대로라면 성동조선해양이 더욱 교섭이 늦어야 되는데, 왜 삼성전자서비스가 늦는지 봐야하지 않을까요?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터사랑1(터사랑·http://blog.daum.net/mshsky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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