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거제시청 건축과 정명출 씨

"남들과 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보면 관점이 바뀌면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거제시청 건축과 정명출(54·사진) 주무관은 남다른 이력을 가진 공무원이다. 그의 첫 직업은 항해사였다. 목포해양대학교를 졸업한 1984년부터 1989년까지 항해사로 근무하며 세계를 누볐다.

전 세계를 다니며 각 나라의 문화와 환경, 자연 등을 둘러볼 수 있었던 6년 동안의 항해사라는 직업은 그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됐다. 특히 파나마 운하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그의 관점을 바꿔버렸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은 몹시 부정적으로 쓰는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실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운하는 물을 채워 산 정상까지 배를 올리고 다시 반대편 바다로 내리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배를 바다에서 산으로, 산에서 다시 바다로 보낸다. 새로운 세상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그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 이때부터 그는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며 그의 관점을 바꾸어 놓는 일대 전환기가 됐다. 그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하천감시 청원경찰로 근무하다 건축직 공무원이 된다. 흔히 하는 말로 '건축'의 '건'자도 몰랐던 그가 건축 공부를 하면서 건축물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그의 남다른 생각은 공무원 제안 그룹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가 마전동에서 근무하던 1998년 동료와 장승포동주민센터 직원 등과 함께 '남다람'이란 그룹을 만들었다.

   

'남다람'은 토목과 건축, 세무, 정보 등 거제시 행정 전반에 걸친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행정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했다. 매주 한 차례씩 모임을 통해 수집된 아이디어를 갖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하나씩 제안하기 시작했다. 도로표지판 뒷면이 보기 싫은데 뒷면을 관광안내도로 활용하자, 대형조선소에서 발생하는 폐목과 건축폐자재 등을 난로 연료로 이용하자 등 작지만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제법 나왔다고 했다.

거제시 캐릭터로 유명한 '몽돌이 몽순이'도 '남다람'의 작품이다. 거제시 캐릭터를 만들어 제안하려고 1년여 동안 준비해 그 결실을 볼 무렵 우연히 거제시가 캐릭터를 공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공모에 참여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잘나가던 '남다람'이 위기를 맞는다. 주변의 시선이었다. 오해 아닌 오해를 받으며 활동은 위축됐고, 모임을 만든 지 2년여 만에 자연 해체돼 버렸다.

그는 또 한 번의 변신을 하게 된다. 현재 그는 자신과 친구가 함께 지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개인적인 일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 한 친구가 노는 땅에 집이나 지으라며 목재를 가져다 놓았다.

주말마다 계속해서 찾아와 설득하는 친구에게 별생각 없이 "그래 한 번 해보자"며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을 짓는데 꼭 필요한 설계도나 도면은 전혀 없었다. '감'으로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나무를 다듬고 톱질을 하며, 못도 치며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오직 둘이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주말에만 작업했다. 자신보다 더 열정적인 친구의 모습에 그도 어느새 집을 짓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꼈다. 주말이 기다려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둘이서 무슨 집을 짓느냐, 집 짓는 게 무슨 장난인 줄 아나, 절대 완성하지 못할 거다" 등의 반응이었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겼다. "보란 듯이 집을 완성하고 말겠다. 보통 사람들이 업자들에게 맡겨 집을 짓는 것은 일종의 제품 찍어내듯 짓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집은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창의 크기도 조절하고, 햇빛을 집 안 끝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집은 예술 작품"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완성한 집은 부족한 것이 많지만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 아주 그럴듯하다. 자신의 집을 함께 지어준 친구의 집을 지난해부터 다시 짓기 시작했다. 방법은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첫 집을 지으면서 터득한 기술이 늘었을 뿐이다. 둘이서 지은 2호 집이 곧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 주무관은 "나는 '또라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낸 틀 안에 갇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면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도전정신의 기쁨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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