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무당거미

◇논두렁 가족 무당거미

내일이 우수(雨水)다. 우수·경칩이면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했고, 예부터 농부들은 병해충 방지를 위해 논두렁·밭두렁을 태우는 관습이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농약도 변변찮았고,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막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즈음 이 풍습은 산불 방지와 생물종 다양성을 해친다는 의미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둑에서 살아가는 식구 중에는 거미도 한 무리에 속한다.

◇저 높은 곳을 향하는 새끼 무당거미

무당거미는 늦가을에 알을 낳고, 이듬해 5월 즈음 부화한다.

알에서 나온 새끼들은 높은 나무 꼭대기나 나뭇가지 끝을 향해 무작정 오르기 시작한다. 높이 올라간 새끼들은 바람의 상태를 보고 적당하다 싶을 때 거미줄을 만드는 기관인 '실젖'에서 거미줄을 몇 가닥 뽑아 공중으로 날리면서 날아오른다. 이것을 유사비행이라고 한다.

무당거미 새끼들이 유사비행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가능한 가장 멀리 떨어지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알을 깨고 나온 새끼들이 한 곳에 모여 살게 되면 먹이 경쟁이 치열하게 되므로, 본능적으로 제 살길을 찾아 바람에 몸을 날리는 것이다.

흩어진 새끼들은 몇 차례 허물을 벗고 어른거미가 되면 제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생을 마감하고, 암컷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늦가을에 알을 낳고, 거미줄을 뽑아 알을 보호하는 알주머니를 만든다.

암컷 무당거미(오른쪽)와 수컷 무당거미. /안수정

◇무당거미의 삶

무당거미의 암컷은 몸길이가 25~50mm로 대형이지만 수컷은 4~6mm로 작다. 굿을 하는 무당처럼 알록달록하게 생겨서 무당거미라 불린다. 수컷은 암컷이 쳐 놓은 거미줄에 세 들어 산다. 암컷만 거미줄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불쌍하게 눈치를 보며 짝짓기 할 기회를 노린다. 잘못 작업을 걸다가는 암컷에게 잡아먹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당거미는 단층의 거미줄을 치는 호랑거미와 달리 복잡한 다층의 입체그물을 친다. 거미줄을 완성한 후 암컷은 거미줄 가운데에 자리를 잡는다.

먹잇감을 먹는 방법도 특별하다. 먹이를 씹거나 자를 이빨이 없기 때문에, 유일한 이빨인 독이빨을 이용한다. 먹잇감을 잡으면 일단 독이빨로 물어서 독액과 소화액을 주입하고, 먹이의 내용물이 액체 상태로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치 빨대로 물을 빨듯 먹잇감을 쪽쪽 빨아먹는다. 거미에게 먹힌 먹잇감은 바싹 마른 채 껍질만 남게 된다. 우리가 거미에 대한 나쁜 편견을 가지게 된 것도 거부감을 느끼는 묘한 외모와 이런 먹이습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인성(창원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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