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창동예술촌 운영 주체 또 바뀐다…관 주도 행정의 한계인가

창원시와 '예술촌 관리·운영 용역 업체'인 ㈜포유커뮤니케이션즈의 계약이 오는 20일 만료되면서 후임 인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시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자, 입주자들 사이에선 이를 둘러싼 각종 소문만 무성하다. 늑장행정으로 지난해와 같은 공황 상태를 겪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창동예술촌은 공백기였다. 시는 운영 주체를 놓고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했고 입주자들 간 갈등만 키웠다.

입주자들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에 운영을 맡기는 듯했으나, 외부 인사 등이 포함된 운영위원회와 관계 설정 문제와 법인 내부 갈등 등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일 자체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시는 비판이 거세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약 5개월 동안 창동예술촌을 관리·운영할 총괄기획자(김호준)를 선임했고 창동예술촌을 관리하는 전담 공무원 1명(이지훈 아트 디렉터, 채용기간 2년)도 뽑았다.

오는 20일 관리·운영 용역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는 창동예술촌의 새 운영 주체가 창원문화재단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경남도민일보 DB

◇늑장 행정에 입주자 불만 = 지난 11일 창원도시재생센터 현장실험실에서 창동예술촌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지난달 창원시 최초로 여성 서기관이 된 이말순 균형발전국장과 배선일 도시재생과장 등도 함께했다.

세미나에선 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시가 ㈜포유커뮤니케이션즈의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연 장기적인 발전 계획이 있는지" 의구심도 쏟아졌다. 이말순 균형발전국장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창원시는 창동예술촌 관리·운영을 창원문화재단에 지정 위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배선일 도시재생과장은 13일 <경남도민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그 배경에는 △매년 협상에 의한 계약 수행시 계약에 따른 행정력 낭비 △시의 전문직(공무원)과 용역사 운영 체계 혼선 △용역사 변경에 따른 예술인의 혼란 가중 등이 있다고 전했다.

배 과장은 "지난해 뽑은 전담 공무원인 이지훈 아트 디렉터가 총괄기획자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모든 행정적인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앞으로 한두 달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오는 20일 관리·운영 용역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는 창동예술촌의 새 운영 주체가 창원문화재단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경남도민일보 DB

입주자들은 시의 이러한 방침이 일관성도 소통도 없는 행정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입주자인 김창수 창동갤러리 대표는 "얼마 전엔 용역 업체와 계약을 하더니 이번에는 창원문화재단이냐. 시가 일관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영경 작가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창원시가 '어떻게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소문만 무성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외영 마산미술협회장은 "제일 큰 문제는 시가 창동예술촌 입주자와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입주자와 파트너십을 갖고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의논해야 하는데 상명하달식이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트 디렉터 역할 중요하다 = 창동예술촌의 창원문화재단 지정 위탁 근거는 창원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조례 제4조 10항이다. 이 조항에 재단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문화예술 진흥을 위하여 시장이 위탁하는 것)을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앞으로 이지훈 아트 디렉터는 창원문화재단에 파견돼 예술촌의 관리·운영을 전담할 예정이다. 이지훈 아트 디렉터는 "아직 추진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는 그렇다"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전시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입주자들은 아트 디렉터에 대해서도 전문성 있게 일관된 정책을 펼쳐나갔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입주자 서혜주(화가) 씨는 "시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힘이 빠질 대로 빠졌다. 그냥 아무 탈 없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창수 창동갤러리 대표는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는 아트 디렉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아트 디렉터와 입주자들이 상호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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