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강성범(38)·배남숙(38) 부부

강성범(38)·배남숙(38) 부부는 결혼한 지 만 5년 됐다. 연애 기간은 10년 가까이 된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오래 함께한, 지난 15년을 끄집어내 본다.

1999년, 둘 다 각각 교제 중인 사람이 있던 터였다. 남자는 장거리 연애를, 여자는 군인인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 이런 둘은 대학 학생회 일을 함께하면서 가까워졌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야릇한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다. 둘은 부정했지만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러자 어느 선배가 둘을 앉혀 놓고 한소리 했다.

"둘 다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소문이 나는 건 아니지 않느냐. 학생회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 조심해야 하고. 더군다나 학생회 일할 것도 많은데 같은 공간에서 그런 건 좀…."

사실 선배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것도 아니었다. 둘은 다른 사람과 교제하고 있었지만, 시들어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성범·남숙 씨는 서로에 대한 이성적인 호감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관계를 발전해 보겠다는 의지마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선배의 말이 오히려 둘 사이를 엮는 결과를 낳았다.

   

"선배한테 그런 얘길 듣고 나서, 둘이 따로 만나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진짜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말이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죠. 충고해준 선배가 오히려 우리 관계를 발전시킨 셈이죠.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했습니다. 냉철한 그 선배는 한동안 우리한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었죠."

2000년 5월 연애가 시작됐다. 1년 정도 지나서 남자는 여자 고향 집을 찾아 어른들께 인사도 드렸다. 틈틈이 달려가 그리 익숙하지 않은 농사일도 도와드리고 했으니 여자 쪽 어른들은 좋아할 만도 했다.

둘은 10년 가까이 만나면서 크게 싸운 적이 세 번 있다. 남자는 이렇게 기억한다.

"사실 무슨 이유로 싸웠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세 번이라는 건 알고 있죠. 저희는 크게 다투면 술을 한잔 먹으며 풀거든요. 저는 술이 약하고 남숙이는 아주 세죠. 그런 술자리에서는 제가 먼저 뻗어버렸는데, 그게 딱 세 번이었어요."

오랜 시간 만나다 보니 농담 삼아 "가족끼리는 손도 잡는 게 아니다"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는 했다. 사실 남자는 여건만 된다면 결혼을 좀 일찍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망설인 시간이 꽤 된다. 남자는 결혼하기 2년 전에 이미 프러포즈 이벤트를 했다.

   

"남숙이 친한 친구를 조용히 불러 함께 반지 좀 보러 가자고 했죠. 그리고 주변 친구들과 함께 스키장에서 프러포즈하려고 했죠. 그런데 반지 함께 보러 간 친구가 이미 말해 버려서 남숙이도 알고 있었더라고요. 반지를 주고 나름 이벤트를 했지만, 김이 좀 새 버렸죠. 반지 크기도 안 맞아 손가락에 끼니 헐빈했어요. 이래저래 좀 엉망인 이벤트였어요. 그걸 떠나서 남숙이는 프러포즈 반지를 받기는 했지만, 이후 가타부타 별말이 없었어요. 여전히 결혼 자체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처가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저는 결혼할 마음이 강한데, 남숙이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안 어른들이 압박을 좀 많이 했죠. 2008년 크리스마스이브 때 양가 상견례 하고, 바로 날 잡아 이듬해 2월에 결혼하게 됐습니다."

지난 14일은 결혼 5주년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성범 씨는 최근 회사 일 등으로 정신없이 보내다 그만 이날을 잊어버렸다. 며칠 지났지만 냉전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남자는 '늘 잘하다 한번 실수한 건데'라는 속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내 눈치를 보며 "늘 고마운 마음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 더 잘 할게"라고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