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2) 대전 한밭수목원

봄을 기다린다.

성질 급한 꽃봉오리들은 조금이라도 온기가 느껴지면 꽃망울을 터뜨려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겨울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전시 서구 둔산대공원 안에 조성된, 동원과 서원으로 나뉜 한밭수목원은 전체 면적이 38만 7000㎡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수목원을 찾기 가장 좋은 때는 따스한 햇볕 아래로 꽃들이 막 움트는 봄이다.

동장군의 기세가 여전한 지금 이곳을 찾은 것은 중부권 최대의 유리 온실을 가진 한밭수목원 내 열대식물원(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169) 때문이다.

한밭수목원 내 열대식물원 연못

이제는 슬슬 그리워지기 시작한 초록의 싱그러움과 신비로운 듯 화려함을 뽐내는 꽃들의 향연을 보기 위함이다.

열대식물원은 지난 2008년부터 개방된 국내 유일의 맹그로브 식물을 비롯해 198종류 9300여 그루의 열대 식물이 자라고 있다.

열대 식물이 자라기 적합한 기온에 사람도 기계도 갑작스레 적응이 안 된다. 내내 매서운 바람을 맞았던 카메라는 쉽사리 온실 온도에 적응하지 못한다. 잔뜩 서리가 낀 렌즈를 서너 번 닦아내니 드디어 적응 완료 신호를 보낸다.

턱밑까지 끌어올렸던 지퍼를 내리고 숨을 고른다. 잔뜩 긴장했던 몸도 노곤노곤 여유를 찾는다.

두터운 잎들의 진초록 세상을 보는 순간 감탄이 터져 나온다. 만개한 꽃송이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발은 절로 꽃 앞에 멈춘다.

열대식물원 연못 폭포

열대 아프리카에서만 분포하는 '순버기아이'가 신비한 보라색을 뽐낸다. '버시칼라 천사의 나팔'이라는 이름의 주황색 나팔 모양의 꽃은 주둥이를 밑으로 늘어뜨려 향기를 뿜어댄다.

쉼 없이 흐르는 폭포를 지나고 고무나무, 커피나무 등 열대에서 자라는 나무를 감상하고 있자니 마치 밀림 속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열대식물원을 나오면 향기원, 참나무원, 암석원, 화밀원 등 무려 19개나 되는 갖가지 테마 길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솔바람길 △은빛여울길 △장수하늘길 △푸른숲길 △속삭임길 등 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걷기 좋은 길도 계속 이어진다.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다. 햇볕 한 줌이 아쉽다. 앙상한 가지를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마저 더욱 스산해지는 요즘이다.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면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훌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따뜻한 곳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도 같다.

관람 시간은 4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6시~오후 9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오전 8시~오후 7시다. 열대식물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동원과 열대식물원은 월요일 휴원하고, 서원은 화요일 휴원한다.

순버기아이

<인근 볼거리-뿌리공원>

"너의 뿌리는 무엇이냐?"

이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뿌리공원'은 우리나라 모든 성씨의 유래를 담은 비가 공원 곳곳에 심어져 있는 '효'를 주제로 한 테마공원이다.

한밭수목원에서 30여 분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모든 성씨를 한곳에 모았다는 의미의 만성교를 지나 뿌리공원에 들어서면 한국족보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박물관에선 우리나라 성씨는 물론 족보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족보박물관을 지나면 광활한 자연 속 11만 ㎡의 공원에 들어선다. 공원 안에는 136개의 조형물에 각종 성씨의 유래와 특징을 중심으로 설명해 놓았다.

자신의 성을 찾아 공원을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뿌리공원은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한다.

연중 무휴다.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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