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동호회] (13) 경남활쟁이

지난 9일 오후 1시, 창원교도소를 지나 내서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한 폐교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추운 날씨와 칼바람에 모두가 두꺼운 외투로 무장을 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 과녁을 세우고 '즐겁게' 활을 쏘는 이들은 창원 유일의 양궁 동호회인 '경남활쟁이' 소속 회원들이다.

경남활쟁이는 지난해 4월 창단했다. 아직 돌잡이도 하지 못한 동호회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생활체육대회에 참가해 4강에 든 것이 대회 경력의 전부로 이제 갓 초보자를 벗어났다.

규모가 큰 다른 생활체육 동호회와 달리 사무실이나 강당도 없다. 모임 장소는 늘 인적이 드문 야외다.

소통 수단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있는 경남활쟁이카페(cafe.daum.net/bow79)가 전부다.

카페 회원 수는 76명. 주로 활동하는 인원은 20명 남짓이고 회비는 한 달에 1만 원으로 저렴하다.

9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교도소 인근 한 폐교에서 경남활쟁이 회원들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박일호 기자

방성조(32) 클럽장은 "활을 쏘고 싶어서 다른 여러 인터넷 카페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어요. 저도 카페를 만들었죠. 인터넷 중심으로 모여 있지만 다른 동호회와 마찬가지로 정기모임도 대외 활동은 다 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경남활쟁이는 주말 오전 9시에 자유롭게 모이고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한다. 창원 내에 양궁장이 없어 공터나 폐교의 운동장에서 활을 쏜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인명 사고를 피하기 위함이다.

방 클럽장은 "양궁은 활을 구입하고 화살을 구입하는 데 적잖은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0만 원대부터 200만 원을 넘는 고가의 활도 있거든요. 다만 활을 구입할 때는 직접 많은 사람의 조언을 들어보고 사는 걸 추천 드려요. 저도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고 활을 몇 번 구매했는데 되팔기 일쑤였거든요."

고급 스포츠인 양궁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이 쏜 화살을 과녁에 맞히는 것이다. 물론 X10(엑스텐)에 화살이 박히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

하지만 경남활쟁이에게 X10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양궁 국가대표들도 X10을 쉽게 쏘지는 못한다.

포즈를 취한 경남활쟁이 회원들. /박일호 기자

양궁의 또 다른 매력은 정적인 운동이라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자신과 싸움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회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강경훈(51) 씨도 이런 점에 매료돼 양궁을 시작하게 됐다.

"나이가 들어서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죠. 그러다 진주에서 양궁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과녁에 맞추기도 쉽지 않았어요. 지금도 우리 동호회에서 제가 제일 못 쏴요. 양궁은 다른 사람과 경쟁이 아닌 나와 싸움이라는 점에서 묘한 승부욕을 자극하더군요."

강 씨는 "어느 운동이나 초반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요. 양궁도 예외가 아니죠. 다만 양궁은 화살촉이 부러지면 그 화살을 절단기로 잘라내 다시 결합해 사용할 수 있어요. 그 덕에 뒤로 갈수록 돈이 적게 드는 운동이 됩니다"라며 비용에 관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던지기도 했다.

회원들이 50m 앞에 놓인 과녁을 향해 쉴 새 없이 활을 쏘았다. 대부분 과녁에 명중했고 종종 고득점도 내곤 했다.

활시위를 당길 때만큼은 모두 국가대표 선수가 된 듯 아무 말도 없었다.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동호인들이 내쉬는 숨소리만 들릴 만큼 고요해지자 과녁에 꽂히는 화살 소리가 들려왔다.

경남활쟁이는 일반 대회와 같은 방식으로 운동을 즐겼다. 늘 대회에 나간다는 생각으로 훈련을 하고 운동을 했다.

총 36번 화살을 날리는데 6발씩 총 6번으로 나눠 경기에 임했다. 이게 1라운드다. 아침 일찍 운동을 시작해 해 질 녘까지 운동을 즐기는 동호인도 있다.

360점 만점에 310점이 평균 점수라고 밝힌 김상훈(34) 씨는 "경기용 화살과 훈련용 화살이 따로 있어요. 경기용 화살은 가늘고 저항도 적게 받아요. 물론 오늘처럼 연습을 할 때는 훈련용 화살을 사용하죠. 그래도 이렇게 훈련하는 것이 실제 대회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들 진지하게 '훈련을 실전처럼, 실전을 훈련처럼'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경남활쟁이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양궁장이 없다는 것이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돼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위상은 높아졌지만 변변한 양궁장은 여전히 없다.

다만 창녕군에 양궁장이 있다. 그래서 경남활쟁이 회원들은 양궁만큼은 창녕군이 창원시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한다.

회원들에게 부산은 더 부러운 곳이다. 큰 면적의 양궁장이 자리 잡고 있고 어린 아이들도 궁사가 돼 활시위를 당긴다고 한다.

방성조 클럽장은 "창녕이나 부산은 저희 같은 양궁 동호인들에게 좋은 곳이죠. 특히 부산은 어린 아이들도 양궁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어 정말 부러워요. 창원에도 양궁장이 있으면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을 텐데 참 안타깝죠. 저희는 창원 인근의 폐교나 외지를 찾아 가야 하잖아요. 양궁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인프라에 아쉬움을 표현하며 결국 등을 돌려요"라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가장 어린 어혁선(27) 씨는 "좋은 시설은 아니더라도 동호인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양궁은 인명 사고가 나면 심각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 과녁만이라도 놓을 수 있는 넓고 안전한 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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