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죽음의 문턱 넘어 제2의 인생 사는 김현배 씨

'우리는 삶의 바퀴를 왜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것일까? 바퀴는 굴리는 것이다. 절대로 어깨에 짊어지고 가서는 안 된다. 행복의 바퀴, 고통의 바퀴, 기쁨의 바퀴, 슬픔의 바퀴, 불행의 바퀴, 분노의 바퀴… 등등 이 모든 것이 삶의 바퀴다. 행복과 기쁨의 바퀴든, 불행과 고통의 바퀴든, 무조건 신 나고 즐겁게 굴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삶의 바퀴를 신나고 즐겁게 굴리려고 태어난 것이다. 이것이 삶의 진실이다.'

지난해 나온 <죽음의 진실이 삶의 지혜다>라는 책 내용 가운데 일부분이다. 이 책을 쓴 이는 창원에 사는 김현배(64) 씨다. 김 씨는 책을 펴낸 후에는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철학강의에 나서고 있다.

그가 '삶과 죽음'을 입에 자주 올리는 것은 지난 시간 때문이다. 마산이 고향인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작은 개인사업을 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서른 살 무렵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당뇨 수치가 높아 오래 살기 힘들다는 것이었죠. 성인병, 즉 당뇨병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의사한테 화가 나는 거예요. 아무리 상태가 안 좋더라도 환자 앞에서 그리 단정적으로 말한다는 게 말이죠. 그래서 '죽는지 사는지 두고 보자'며 병원을 뛰쳐나왔습니다."

사실 당뇨병은 집안 내력이었다. 아버지·어머니·형 모두 이미 당뇨병으로 고생했기에 김 씨 역시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뒤져가며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있던 터였다. 특히 약 없이 몸을 다스릴 수 있다는 단식에 관심이 갔다.

"병원에서 나와 바로 단식원으로 들어갔죠. 처음에는 미음을 먹으며 단식을 준비하다, 며칠 지나 완전히 물만 먹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10일을 했는데 말이죠, 머리가 아주 맑아졌습니다. 주변 분들도 그랬어요. 바둑 좋아하시는 분은 평소 떠오르지 않는 묘수를 찾았다고 했고, 어느 분은 기발한 사업구상을 했다며 서울로 뛰쳐 갔죠. 몸도 아주 가벼워졌습니다. 먹는 게 없다고 활동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운동을 열심히 하니 평소보다 힘이 더 났습니다. 물론 단식하는 방법을 제대로 지키며 했기에 이런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거죠."

김 씨는 그 뒤로 10년 가까이 정기적으로 단식원에 들어갔다. 약은 전혀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당뇨 관련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김 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항을 스스로 뜨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사달이 났다.

"관련 책을 보고 저자인 한의학 교수까지 만나 부작용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느 날 단식하면서 부항을 떴는데, 몸이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머리는 멍하고, 일어나지도 못한 채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죽은 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씨는 삶을 정리할 준비까지 했다. 아내·아들·딸이 있는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에서 마지막을 맞기로 했다. 여전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억지로라도 먹어보려고 힘든 몸을 이끌고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새로 짓느라 밥이 늦게 나온다면서 누룽지를 내놓는 거예요. 그런데 그 냄새가 너무 고소한 겁니다. 한 숟갈 떴는데, 아… 몸이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누룽지를 계속 먹으며 식욕을 되찾았습니다."

그렇지만 몸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단식으로 건강을 되찾으려 시도했는데 더 이상 몸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혼자서 책을 보며 건강에 대한 공부는 계속 했죠. 그러다 천일염과는 또 다른 순수 소금, 그리고 증류수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이걸 계속 먹으니 그때부터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지금도 여전히 먹고 있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김 씨는 그 후로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을 쓰기로 했다. 친구에게 말을 꺼내니 "너라면 쓸 자격이 있다"고 했다. 책이 나온 후부터는 강의에 나서고 있다. 누군가가 불러서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사람을 모아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어떤 이는 돈도 안 되는 이런 강의를 왜 하느냐고 묻지요. 저는 '세상을 바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서'라고 말합니다. 사실 강의 자리를 몇 번 만들었는데 3~5명밖에 안 모였습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부부가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따라 억지로 끌려왔는데, 강의를 다 듣고서는 '너무 좋은 걸 가르쳐 줘서 감사하다'라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김 씨는 자신의 몸을 돌보느라 경제적 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했다. 그래도 틈틈이 복덕방·양품점 등을 이어가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했다.

김 씨는 이제 즐겁게 살려고 한다. 웃음스쿨 회원으로 가입해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는 술도 자주 먹습니다. 그리고 나이트클럽에 가서 춤도 신 나게 춥니다. 무조건 즐겁게 사는 게 건강한 방법입니다."

김 씨는 지금껏 건강을 되찾기 위한 긴 싸움을 펼쳤다. 그 속에는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래도 삶에 대한 굳은 의지가 지금으로 연결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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