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재개원 6·4선거 쟁점…새누리 경선부터 도지사선거 좌우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지난 6일 오전 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곧바로 진주를 방문, 진주의료원 재개원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약속하면서 폐원을 강행한 홍준표 지사와 차별화를 꾀했다.

박 예비후보는 "진주의료원 폐원은 수단과 목적이 전도됐다. 문제의 본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공의료서비스이다. 그게 목적이다. 적자와 강성노조는 수단의 문제이다. 사람이 병들었다고 목숨을 끊어버리는 것은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것이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예비후보의 첫 공약은 당연히 지난 선거에서 패배의 원인이 됐던 '도청 서부청사' 공약에 대응하는 '서부경남발전방안'쯤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을 빗나갔다. 통합진보당 후보가 내놓을 공약이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일부 기자들은 대놓고 이슈를 잘못 잡았다는 충고까지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예비후보는 서부경남발전방안은 차후에 상세하게 밝히겠다고 했지만 다소 맥빠진 회견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진행되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논쟁을 보면서 재개원 공약은 박 예비후보가 당내 경선을 위한 고도의 전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 후보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기보다는 홍준표 지사의 실정이라는 것과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슈화하는데도 성공했다. 박 후보의 입장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서부경남의 발전방안보다는 진주의료원을 쟁점화하는 것이 더 급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아주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이라는 이슈를 놓치기 싫은 강병기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위원장도 10일 진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약속했다.

지난 7일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재개원을 밝혔지만 후보 등록후 고향 진주에서 첫 일정을 시작하면서 재개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박 후보의 재개원 약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후보끼리 입장이 엇갈리는 새누리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그동안의 진주의료원 폐원 과정과 진주의료원 재개원 논란을 지켜보면서 지난 9일 치러진 일본 도쿄지사 선거가 오버랩된다.

보수우익 노선으로 독주하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지지한 마스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상이 복지와 경제활성화 공약으로 내세워 탈(脫)원전·反아베를 내세운 호소가와 전 총리 등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비록 단일화 실패 등의 요인이 있지만 일본인들의 현실주의가 진주시민들과 닮아있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홍준표 지사는 취임 2달 만에 진주의료원 폐원을 결정했다. 104년 전통의 진주의료원이 폐원되는데 진주시민들의 반응은 예상과는 달랐다. 언론에서 앞다퉈 반대 논리를 폈지만 시민반응은 그만큼 따라오질 못했다. 차갑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일부 어르신은 오히려 잘했다는 말까지 했다.

이유는 많겠지만 도청 서부청사라는 뿌리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치 도쿄시민들이 탈 원전보다는 복지정책에 손을 들어주었듯이.

역대 지사 중에서 진주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홍 지사를 진주시민들은 차마 미워할 수 없었고, 발전에 목말라 있는 서부경남에 '희망'이라는 물 한 바가지를 준 홍 지사를 내칠 수 없는 심정이 숨어있었다. 혹시 진주의료원 폐원을 반대하면 모처럼 찾아온 진주발전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도청의 서부권 개발본부가 진주종합경기장으로 이전할 때 90년 만에 도청 귀환이라는 문구로 환영했고, 일부 단체는 두 줄로 서서 홍 지사에게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6월이면 지방선거가 열린다. 선거는 4년 동안의 선택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선거에 앞서 그동안의 선택을 되짚어보자. 잘못됐다면 과감하게 바꾸고 잘됐다면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 현실 때문에 대의를 버리지 않았는지, 대의 때문에 현실을 무시하지 않았는지 판단하자. 그리고 또 한 번의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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