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지난달 부임한 차원섭 경남지방조달청장

'조달'은 필요한 곳에 자금이나 물자 따위를 대어 준다는 뜻이다. 중학생이면 알 수 있는 단어지만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에 대해서는 사업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지난 1월 2일 부임한 차원섭(55) 경남지방조달청장은 조달청에서만 1981년부터 34년간 조달 업무 경험을 가진 '현장파'다. 모든 부서 업무를 관장한 차 청장이야말로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조달청에 대해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줄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 청장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남지방조달청에서 별명이 생겼다. 여직원들 사이에서 '상남자'로 불리는 것이다. 스쿠버 다이빙 등 운동을 좋아하는 만큼 역동적이기도 하고 지난 10일 자로 대대적인 내부 인사를 단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40여 명 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부서를 옮기게 됐는데, 차 청장은 직원들에게 일일이 메신저 쪽지를 보내 인사 원칙을 설명하며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차원섭 경남지방조달청장은 올해 공공 조달 시장의 비정상적인 관행인 '발주기관-조달기업-하도급업체-고용근로자'의 사슬로 이어지는 그릇된 갑을 문화 근절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호 기자

한 부서원의 말을 빌리면 "대규모 인사로 일부 만족하지 못하는 직원이 있다 할지라도 원칙이 분명하니깐 가타부타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과감한 인사를 단행한 결단력과 포용력에서 요즘 말로 '상남자 포스'가 느껴진다고. 별명이라기보다 애칭이라 할 수 있겠다.

◇"조달청, 어렵지 않아요" = 차 청장은 조달청은 한마디로 '나라장터'만 기억하면 된다고 말했다. 장터라고 하면 조영남 '화개장터'에서도 나오듯이 없는 것 없이 다 있다. 나라가 국가, 공공기관이라고 본다면 '나라 장터'는 여러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물자, 서비스, 시설물 등을 구매하고 공급하는 장터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나라장터(http://www.g2b.go.kr)는 실제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으로 조달업무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선진 전자조달시스템이다. 모든 공공기관의 입찰정보가 공고되고, 1회 등록으로 어느 기관 입찰에나 참가할 수 있는 공공조달 단일창구(Single Window) 역할을 한다. 나라장터는 금융결제원 등 140여 개 기관의 시스템과 연계돼 입찰부터 대금 청구까지 조달 관련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수행할 수 있다.

조달청에서 말하는 물자라고 하면 간단하게는 공공기관 사무실에서 쓰는 볼펜, 연필부터 국가사업인 댐, 발전소 건립에 들어가는 시멘트, 철근, 레미콘 등 해당하지 않는 품목이 없을 정도다.

◇"조달청,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 그럼에도 조달청이 일반인에게 어렵게 인식되는 이유는 '나라장터'의 역할 외에도 주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차 청장은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자 공급을 위해 1949년 외자청으로 시작한 조달청은 시장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비철금속과 희소금속 등 원자재 비축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시설공사 입찰 계약은 물론 정부 물품과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업무도 담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원섭 경남지방조달청장./박일호 기자

장터를 활용하는 기업 지원도 빠트릴 수 없다. 차 청장은 정부 3.0과 관련해 조달청은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일자리를 통해 희망을 주는 경제, 미래를 준비하는 경제를 모토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반에 걸쳐 조달청의 역할이 방대하다 보니 더는 쉽게 설명할 수 없음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설명에 따르면 정부 계획에 따라 수요기관과 협의해 사업의 조기발주를 유도하고,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를 확대해 국내 조달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국외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원자재 비축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원자재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나가야 하고, 가격 관리 강화를 통해 적정한 가격을 유지해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면서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것도 조달청의 몫이다.

공공 조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과 동반성장 문화 확립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니 결코 쉽지 않은 국가 기관임에 틀림없다.

◇경남지방조달청의 현안은 = 차 청장은 창원으로 부임 후 경남도청에서 창원시청까지 뻥 뚫린 10차로 도로가 인상깊었다고 한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남해를 자주 찾은 터라 청정지역으로만 알고 있던 경남의 새로운 모습으로 인식됐다고 했다.

차 청장은 "경남지방조달청으로 오게 된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직원과 화합도 좋고 산과 바다로 이뤄진 창원이 인상 깊다. 인생의 전성기를 물었는데 이곳에서 내 인생의 전성기를 기록할 생각이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차 청장은 부임 첫해인 올해 세 가지 중점과제를 선정해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강조한 부분은 고객과 상시 소통체계 구축이다.

차 청장은 "조달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이나 민원은 대부분 소통 부재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설명회와 수요기관 방문 등을 통해 고객의 개선 요구사항을 직접 들을 계획이다. 특히 생산현장 방문으로 조달업체의 손톱 밑 가시를 찾아 지역 업체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남지역의 산업구조는 조선업, 자동차, 항공산업 등 중공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파악했다. 기술력은 있지만 인지도 부족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항공우주산업, 지능형 로봇 등 첨단 융합·신기술 제품을 생산하는 우수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공공시장을 통한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공공 조달 시장의 비정상적인 관행인 '발주기관-조달기업-하도급업체-고용근로자'의 사슬로 이어지는 그릇된 갑을 문화 근절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직원의 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후배들에게 애정을 나타냈다.

차 청장은 "경남청에 와서 보니 한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이 많았다. 4~5년을 한 부서에서 일한 사람도 있어 뭔가 정체된 느낌을 받았다. 조달청 업무는 제도와 법령이 자주 바뀌어 수시로 검토해야 하고 공유해야 하는 업무가 많다.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지방청은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이 밑거름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달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연구모임을 운영해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같이 근무했던 선배가 롤모델이듯 현재 같이 일하는 직원 중 한 명이라도 자신을 롤모델로 생각하길 바란다는 차 청장으로 인한 경남지방조달청의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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