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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갑 되는 길, 결국 투표가 답

6.4 지방선거 유권자가 갑이다 (하) 예측 가능한 갑은 두렵지 않다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14년 02월 11일 화요일

투표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의 민주주의 맹점은 대부분 낮은 투표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낮은 투표율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먼저 선출직 처지에서는 늘 대표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유권자 10명 가운데 6명이 지지해도 당선자고, 유권자 10명 가운데 5명이 투표해서 3명이 지지해도 당선자다. 하지만 같은 당선자라도 대표성에서 차이 날 수밖에 없다. 대표성에 대한 의심은 선출직과 유권자 사이 불신으로 이어진다.

유권자 처지에서도 낮은 투표율이 좋을 게 없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는 상대적으로 결과를 예상하기 쉽다. 후보가 유권자 눈치를 볼 일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을인 선출직 후보가 갑인 유권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인 갑을 관계가 선거 때부터 무너지는 셈이다.

◇대표성에 대한 의심 = 지난 2010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김두관 후보는 득표율 53.5%로 당선됐다. 투표율은 60.57%로 당시 김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수는 81만 2336명이었다. 이는 당시 전체 유권자 수 250만 6393명의 32.4%에 해당한다. 창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완수 후보는 26만 8055표(55.16%)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전체 유권자 수 82만 3896명의 32.5%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체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득표율이 가장 낮은 경남지역 기초단체장은 김맹곤 김해시장이다. 김 시장은 득표율 34.13%를 얻어 당선됐는데, 이는 전체 유권자 수의 18.3%에 해당한다. 반면, 득표율이 가장 높은 기초단체장은 이재근 산청군수다. 이 군수가 얻은 득표율은 70.53%인데 이는 산청 유권자의 51.5%에 해당한다. 엄밀하게 따져 경남에서 선거구 유권자에게 과반 득표를 얻은 단체장은 이 군수뿐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역 단체장이 얻은 득표율 평균은 48.7%이다. 전체 유권자 수로 따지면 평균 32.5%에 해당하는 수치다. 즉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 10명 가운데 최소한 3명에게 지지를 얻으면 당선이 유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나머지 7명이 당선자를 반대하거나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말과 같다. 대표성이 의심받는 지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선출직에 나서는 후보가 다수보다 소수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역설을 낳는다. 자신을 반대하거나 투표에 관심 없는 7명보다 3명에게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을이어야 할 선출직이 다수에게 을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역학 관계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예측하기 쉬운 선거, 만만한 갑 = 소수 유권자에게 집중하는 게 나은 선거는 후보 처지에서 그만큼 예측하기 쉬운 선거가 된다. 더군다나 경남처럼 특정 정당의 지지도가 쏠린 지역에서는 그 계산이 더 쉽게 나온다. 주요 단체장 선거에서 본선보다 새누리당 경선(공천)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도 분명하다. 오히려 예선이 본선보다 훨씬 예측이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사실상 지방선거에서 첫 번째 갑은 유권자가 아니라 당내 공천권자가 되는 셈이다. 대부분 후보는 본선에 접어들어야 겨우 유권자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

처음 던졌던 '유권자는 과연 갑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갑이 지닌 힘은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커진다. 예측할 수 없는 갑의 판단에 좌지우지될 때 을은 갑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예측하기 쉬운 갑은 이미 갑이 아니다. 을이 왜 갑을 두려워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은 이제 왜 유권자는 무서운 갑이 될 수 없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낮은 투표율,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 요구할 줄 모르는 갑을 을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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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월부터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일을 맡았습니다. 상담은 010-3593-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