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14년째 공연 중인 밀양연극촌 이야기

밀양연극촌을 찾았다. 밀양연극촌은 1999년 9월 1일 '이상주의 연극공동체'를 지향하는 이윤택 예술감독과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밀양시 부북면의 폐교된 월산초등학교에 입주하면서 문을 열었다. 연희단거리패는 이듬해 2000년 6월 10일 밀양연극촌 내 숲의 극장에서 <산 너머 개똥아>를 처음 주말극장 무대에 올린 후, 여름축제와 해외 공연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매주 토요일 연극을 선보였다. 벌써 14년째. 한 해 40∼50여 차례 공연한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연극 무대

밀양연극촌 주말극장에는 단골 손님이 많다. 가족할인제가 있을 만큼 주말마다 가족끼리 연극을 보러 밀양을 찾는 이들이 즐비하다.

기자가 찾은 지난 8일 오후 5시 연극촌 내 가마골소극장에도 80여 명의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연극촌을 찾는 이들의 면면에서 연극촌의 생태가 보인다. 부산이나 서울 공연장에서 연희단거리패 작품을 접한 이들이 주말극장에 찾아오거나,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연극이 주는 재미를 맛본 사람들이 '밀양연극촌에 가면 주말마다 공연이 있다'는 기대에 밀양으로 향한다. 주로 경남과 부산·대구 지역에서 찾는다.

밀양연극촌 입구. /박정연 기자

주말극장 단골 손님 이지은(55·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밀양연극촌은 내 삶의 활력소이다. 배우가 꿈이었던 나로서는 밀양에 오면 연극을 볼 수 있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지은 씨 곁에는 남편과 두 아이도 동행했다. 지난 2010년 연희단거리패 창작극 <이순신>을 만난 이후 이들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밀양연극촌 주말극장에 나들이를 온다.

여름 휴가도 3년째 밀양에서 보냈다. 낮에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놀고, 저녁에는 연극촌 야외 성벽극장에서 펼쳐지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공연을 즐겼다.

연극촌 안에는 가마골소극장, 우리동네극장(대극장), 성벽극장(야외극장), 숲의 극장(야외극장) 총 4개의 극장이 있다. 저녁 날씨가 추운 11월부터 3월까지는 주로 가마골소극장과 우리동네극장에 관객을 초대하고, 봄·가을에는 성벽극장과 숲의 극장에서 바람을 만끽하며 공연을 펼친다.

매년 7·8월 여름에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열어 전국과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는다.

주말극장을 통해 연극의 매력에 빠진 관객들은 수동적인 연극 관람을 넘어 능동적인 예술 향유에 동참을 원했다. 밀양연극촌은 그런 욕구에 부응해 지난 2011년 주말 문화체험을 시작했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실습교육을 비롯해 교사 연수, 직장인 연수, 어린이 연극캠프, 연기자 연기 워크숍 등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14년째 진행 중인 주말극장은 그야말로 밀양연극촌의 원천이다. 끊임없이 작품을 연구하고 만들고 올리는, 연극인들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팬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2월 8일은 가마골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하녀들>에서 주인공 마담 역을 맡은 황유진(28) 씨가 배우로 태어나는 날이기도 했다.

공연 전 이윤택 감독의 설명을 들은 관객들도 숨죽여 한 배우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윤택 예술감독. /박정연 기자

"포스터를 만들던 스태프가 배우가 된 거죠. 지난해 여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아 용기를 냈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황 씨는 극단 연희단거리패 배우가 되기 전 사무팀에서 홍보물 제작을 담당했다. 사무팀에서 일하게 된 것도 2012년 7월에 열린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자원 봉사가 계기가 됐다.

황유진 씨는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연극을 즐겨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희단거리패 작품을 보러 찾아다녔다"고 했다

연극 <하녀들>을 보기 위해 가마골소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박정연 기자

밀양연극촌을 처음 찾은 건 지난 2012년 3월 연희단거리패의 <햄릿>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황유진은 연희단거리패를 사랑하는 팬에서 공연을 만드는 스태프가 됐고, 자신의 의지로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됐다.

이윤택 감독은 그런 후배를 지켜보며 "처음부터 배우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감독은 "밀양연극촌은 배우 양성소이다. 여기서 먹고 자며 살면서 작품 연구하고, 연기 연습하고 단원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에 지내다 보면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연희단거리패 정식 단원이 된 황유진은 연기 지도를 받는 동시에 <하녀들> 서울 공연 조명 스태프로 일하며,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또 봤다.

연극 <하녀들>에서 배우 데뷔를 하는 황유진(가운데) 씨. /박정연 기자

주말극장은 훈련 과정을 거친 배우들이 첫 시작을 알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먹고 자고 훈련하던 공간에 관객들을 불러모아 자신의 새 출발을 알리는 것이다.

연희단거리패 단원은 총 80여 명이며 밀양연극촌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30여 명에 이른다.

황유진 씨처럼 신인 배우나 스태프들은 대부분 밀양연극촌에 상주를 하며 무대에 도전한다.

밀양연극촌 무대를 시작으로 연희단거리패는 부산, 서울 공연에 나설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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