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MBC경남 진주방송 임소정 DJ

"오늘도 즐거운 12시! <정오의 희망곡>은 늘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노래와 사연을 받습니다."

시그널 음악과 함께 라디오 너머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는 나른한 정오의 시간 사이로 한 마리 물고기처럼 휘젓고 다닌다. 버스 안이든 사무실이든 혼자 있는 방 안이든…. 점심시간 내내 라디오 속 그녀는 사연을 읽으며 웃다가 안타까워하다가, 전화기 너머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가, 또 금세 신나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확 바꾸기도 한다.

MBC경남 진주방송 <정오의 희망곡> 임소정(사진) DJ. 매일 낮 12시에서 2시까지는 오롯이 그녀의 시간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일터에서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차 한 잔을 마실 시간대다. 물론 그녀는 이 프로그램을 맡고나서부터 점심식사를 다른 사람들과 느긋하게 누려본 적이 거의 없다.

<정오의 희망곡>은 사연과 신청곡, 매일매일 주제를 던져주면 문자를 받아 소개한다, 그중에서 한 명을 선정해서 직접 '전화 데이트'를 한다. '문득 생각나는 것' '나의 나쁜 버릇' '내가 나이 들었다고 느꼈을 때' '나의 애창곡' '주말 계획' 등 쉽고 일상적인 걸로 시청자에게 매일 이야기 주제를 던져준다.

   

간혹 그녀는 재빨리 '선물 당첨'으로 참여 유도를 하기도 한다.

"선물은 주로 식사권, 커피숍, 피부관리이용권 등인데 하루에 5건 정도 드리지요. 코너별, 참여 문자에…. 다 드리고 싶지만 선물이 한정적이라. 문자 참여했는데 사연을 소개하지 못할 때는 참 미안해요. 방송 한 지가 제법 되니 주부, 자영업자, 대학생 등 연령층과 상관없이 고정 애청자들도 있는데, 이름을 기억할 정도예요. 매일 문자가 오다가 안 오면 뭔 일이 있나, 궁금해질 정도니까요."

소정 씨는 참여자가 많을수록 자신의 목소리 톤이 달라지고 기운이 달라지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진다고 말한다.

물론 청취자와 '전화 데이트'를 할 때 곤혹스럽고 힘들 때도 있다. 물음을 던졌는데 "예" "그렇지요" 등 단답형으로 대답이 돌아오거나, 너무 떨린다고 일방적으로 뚝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방송 초창기지만, 어이없는 실수를 한 적도 있다.

"시간이 5분 정도 남았는데 그만 클로징멘트를 한 적이 있었어요. 난리가 났지요. 다시 페더 올리고 '노래 한 곡 더 들어야겠습니다' 하고 이어갔지요. 방송 끝내고 나서 엄청 울었습니다. 또 초반에는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하는 바람에 청취자가 '아까 한 말이다'고 고쳐준 적도 있고요.(웃음)"

임소정 씨는 울산이 고향이다. 그곳에서 리포터, 인터넷 방송 아나운서를 하다가 진주에 온 지는 햇수로 7년째로 접어든다. 2008년 7월 시작한 라디오 방송 <정오의 희망곡>을 시작한 지도 7년차라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 꿈이 가수였어요. HOT를 엄청 좋아했고 댄스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나름 준비 아닌 준비를 했었지요. 근데 춤이 안 되더라고요.(웃음) 아, 연예인은 절대 안 되겠구나 싶어 포기했지요."

차분하고 조심스러워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의외의 전력이다.

소정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방송국 동아리 일을 하면서 아나운서를 시작했다.

"신입생 시절에 어느 여자 선배가 방송하는 걸 보았어요. 그 선배가 마치 '여신' 같았어요. 선배 뒤로 후광이 좌악 펼쳐지는 듯했었으니까요. 순간 방송을 선택했어요. 나도 이 학교의 여신이 되자 싶은 그런 마음….(웃음)"

사회 진로도 당연히 '방송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직업을 생각한 적은 없다. MBC경남 진주방송에서 아나운서 모집 한다는 공고를 보고 그녀는 집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과 함께 무작정 진주로 왔었다.

"지역도 낯설고, 아는 사람도 없고, 한 달 정도는 불을 켜놓고 잤어요. 진주는 울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도시였는데…. 살다보니 정말 진주만큼 좋은 곳도 없는 것 같아요."

진주에서의 방송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으나 소정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감사했다.

<정오의 희망곡>을 처음 맡았을 때는 작가가 따로 있었지만 이제는 작가, 엔지니어, 아나운서 역할을 다 해낼 정도가 되었다. '1인 방송'. 기획에서 제작까지 혼자 해내고 있는 것이다.

"매일 오후 2시에 방송이 끝나면 늦은 점심을 먹고, 그 다음날 방송할 원고-오프닝멘트를 쓰고, 인터넷으로 들어온 사연을 훑어보고 선곡도 미리 해놓고, 사연에 맞는 인용글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지요."

힘들 수도 있겠다 싶은데, 소정 씨는 여럿이 협업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하는 게 더 자유롭고 더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라디오 DJ로서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음성으로 모든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취자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정오의 희망곡>은 주부들도 많이 듣는데, 육아 등 경험이 없이 주변의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귀담아 듣는 편이지요. 다행히도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을 참 좋아해요."

방송 생활 10년 가까이 되지만 지금까지 2~3달 정도 쉰 적이 있을 뿐 프리랜서로 계속 활동해왔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도 좋아요. 매이지 않기 때문에 업무나 자기 관리가 확실해야 하지만요. 하지만 솔직히 개편 시기가 되면 심장이 졸아드는 것 같아요.(웃음)"

소정 씨는 개편 시기나 주변 어떤 여건에도 당당할 수 있는 경력과 자신만의 비결을 쌓아가고 싶다. 아직 젊은 그녀이기에, 진주방송 <정오의 희망곡> 하면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먼저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레 털어놓기도 했다.

목소리 하나로 세상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는 소정 씨는 오늘도 <정오의 희망>을 열어간다. 라디오 주파수 97.7 볼륨을 높이면 그녀가 보내는 색다른 음악과 그녀의 따뜻한 세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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