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마무리하는 지역문화예술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울하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문화예술활동은 연말 정부의 문예진흥기금모금 조기폐지 방침이 전해지면서 당장 내년부터 더 큰 시련을 맞게 됐다.



경제 불안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



하지만 2000년 한해 경남의 문화예술계는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실적만으로 보면 지난 해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일부 특색없이 형식에 치우친 행사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긴 했지만 부족한 예산으로도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곳곳에서 보인다.



연례적으로 열려왔던 예술제를 비롯해 문화제·지역축제 등에 예술단체가 주도적으로 기획단계에서 실제 참여한 것까지 예년과 다름없는 활동을 보였다.



또 각종 세미나와 문화예술학교, 전시회 등의 행사를 통해 지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있었다.



마산예총의 시민예술문화대학과 창원예총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벌인 문화예술학교는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문학·서예·연극·판소리·성악·노래교실 등을 열어 발표회까지 열었던 점은 긍정적이다.



진주지부의 진주무대예술 음악공연을 비롯해 김해지부의 한여름밤의 가요콘서트·마당극 <가락국기>, 사천지부의 2000 가을콘서트, 거창지부의 ‘아름다운 거창만들기를 위한 거창예총의 역할’을 주제로 한 세미나 등도 지역민에게 다가서려는 프로그램이었다.



19일 릴레이 마산 삼각지예술제



하지만 올해 예총 경남도지회 산하 각 지부 행사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마산예총의 제38회 마산예술제였다. 마산예술제는 여느 때와는 달리 ‘마산시민문화회관 건립을 위한 삼각지 예술제’라는 긴 주제를 붙이고 지역예술계의 숙원사업인 문화회관 건립의지를 확인하는 행사로 기획됐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산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긴 했지만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없었던 19일간의 릴레이 행사에 30여개 단체 1400여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과 예술인들 스스로 모든 행사를 야외무대에서 펼쳐냄으로써 문화회관 건립을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었다.



여기에 예총 경남도지회 주관으로 지난 4월20일부터 22일까지 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렸던 제17차 예총전국대표자회의와 7월21일과 22일 목포에서 영호남예술인 친목차원에서 열린 ‘2000년 영호남 문예진흥세미나’는 경남도지회의 정보화와 지역예술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대부분 연례행사…참신성 없어



그러나 올해도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는 있다. 예총이 주관한 각종 행사의 대부분이 연례행사 위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과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신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 행사가 지나치게 음악이나 미술·무용 등 일부 분야에 편중됐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아직도 일부 단체의 예술활동이 관주도적 형태에서 탈피하지 못했고 특히 소비적이고 형식적인 구태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이는 예술인들이 개인과 단체의 특성을 살려 예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과도 연결된다.



감투 둘러싼 예술인 잡음 여전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예술인들간의 불협화음은 그나마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지역예술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예술인들 스스로 각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리를 두고 예술인들끼리 벌이는 이전투구식 구태는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악습으로 굳어졌다. 진정한 지역예술발전을 위해서라면 개인적인 이익이나 권익은 포기할 줄 아는 미덕도 길러야 한다.



결국 지역예술의 발전에 가장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과 단체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예술인들 스스로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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