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간사 한병길 씨

'경남햇빛발전 협동조합'이라는 곳이 있다.

조합원들이 10만 원(1계좌)씩 출자해 햇빛 발전 시설을 세우고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을 조합원들이 나누는 곳이다. 설립된 지 딱 1년이 됐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활발한 독일 등지에서는 햇빛발전 사업성이 뛰어나다. 정년퇴임을 한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투자자들도 은행 이자율보다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햇빛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나라는 햇빛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 단가가 그렇게 높지 않고, 대규모 발전회사들에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건립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이어서 전국민적인 동참 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척박한 여건 속에서도 무언가를 파괴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순환 에너지 체제를 정착시키려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으니, 바로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한병길(38·사진) 씨는 올해 1월 이곳에서 간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1호 경남 햇빛 발전소를 세우는 일에 분주하다. 추가 조합원 모집도 해야 하고 햇빛 발전 홍보 작업 역시 병행해야 한다.

   

한 씨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 여타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한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맡은 일이 생소하고 힘에 부칠 법도 하지만 "앞으로 개척해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한 씨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여러 길을 에둘러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에 당도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졸업 이후 전공을 살려 국내 유수의 한 제과 회사 경영기획팀에 입사했지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5년여 만에 퇴사해야 했다.

입사 초기 이 회사는 장기 파업을 막 시작하던 중이었고, 신입사원이었던 한 씨도 선배들을 따라 파업 현장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파업 동참이 1년을 넘겼다.

지난해 8월 열린 남햇빛발전소협동조합(준) 발기인 대회.

"다른 동기들은 몇 번 참가하다가 다 빠져나갔는데, 저는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파업이 끝난 후 본사가 아닌 지사에서 영업일을 하게 됐습니다. 일이 힘들었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업사원들이 부담해야 할 금전적 손해들이 많더군요."

한 씨의 '파업 참여'는 학창시절에도 경험했던 일이었다. 대학 영자 신문사에서 활동했던 한 씨는 당시 학교 측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는 신문제작 거부운동에 참여했다. 그 세월이 또 1년이었다.

첫 직장에서 퇴사한 후 창원에 있는 한 중견 기업에 취직하기도 했지만 이 회사가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또 퇴사해야 했다. 아이 둘을 거느린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먼 길을 떠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한 씨는 "꼼꼼한 사무 처리는 물론 여러 기획도 해야 되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부대끼는 일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햇빛발전 활성화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한 씨가 선배들에게 이끌려서 참여한 파업 대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다. 자신의 주장을 겉으로 격렬하게 표출하지는 않지만, 한 씨에게는 마음속에 품은 소신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박미란 장동건 가족이 출자 증서를 전점석 위원장에 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단장면 보 라마을 회관 앞에서 서울 시민햇빛발전소협동조합 회원들이 밀 양 주민들에게 햇빛발전 설비를 기증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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