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NC에 "진해구장 사용 않겠다고 명확히 하면 총체적으로 다시…"

창원시가 NC 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이하 NC)이 진해 새 야구장을 사용하지 않겠다면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그동안 창원시가 고집해왔던 새 야구장 진해 건립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다는 뜻이어서 야구장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창원시는 4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진해 육군대학 터에 추진 중인 새 야구장 사용 여부를 명확히 해 줄 것을 NC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최후통첩의 의미도 있지만, 만약 NC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새 야구장 건립을 첫 단추부터 다시 채우겠다는 것이다.

브리핑에 나선 조철현 행정국장은 "만약 새 야구장을 사용치 않는다면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지을 필요가 없다. 이미 지난달 29일 NC에 입장 표명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월 진해 육군대학 터를 최종 선정했고 이후 새 야구장 건립에 총력을 다해왔다"며 "그렇지만 투융자 심사조건인 'NC와의 협의노력'을 위해 5∼6회 만났지만 입지 변경을 요구하는 NC의 뜻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에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해 새 야구장 건립을 둘러싼 창원시와 NC 다이노스의 대립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2일 2013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홈 개막경기가 열릴 당시 마산야구장 모습. /경남도민일보

창원시 입장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2016년 3월 약속기한 내 준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다가오는 6·4 지방선거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 야구장 문제는 도지사 선거와 창원시장 선거에서도 논란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에 도지사로 출마하는 박완수 시장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 주려는 의도와 선거 이후 차기 시장의 의지가 작용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커진 만큼 선수를 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창원시는 NC가 진해 야구장 사용을 않겠다는 견해를 공식 표명하면 새 야구장은 입지선정 단계에서부터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 국장은 "NC가 진해 야구장 사용을 안 하겠다는 견해를 밝힌다면 현재 마산 야구장을 사용토록 하고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새 야구장에 대한 건립기한 연장 등 기본협약서에 포함된 내용 등 총체적인 부문에서 시간을 갖고 새로운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공은 다시 NC로 넘어갔다. 하지만 NC가 견해를 밝히지 않을 때 다시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NC가 견해를 밝히지 않으면 시가 명분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되지만 그렇다고 진해 야구장 건립을 강행하기도 어려워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 나아가 완공 기한 약속 이행을 두고 법적인 공방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NC는 시의 입장 변화를 내심 긍정적으로 판단하면서도 공식문서로 견해를 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우선 창원시에 대한 신뢰가 두텁지 않아 선거 이후 시의 입장이 다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문으로 확답을 하면 만약 있을 수 있는 법정 공방에서 꼬투리를 잡힐 수 있어 이를 피하려는 눈치다. 이에 NC는 마산 또는 창원에 짓겠다는 시의 확답을 요구하며 선거 이후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창원시의 제안도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뒤집어 보면 NC의 힘에 밀려 오히려 행정 신뢰만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결정을 할 바에는 차라리 갈등이 심화하기 전에 하는 것이 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진해 주민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진해 야구장 터는 좋은 입지여서 현재 창원대에서는 산업의과대, 경상대는 보건·의료대학, 문성대학은 조선해양레포츠대학 등을 입주시키고자 타진해 오고 있다"며 "시민 여론을 수렴해 진해가 균형 발전하고 활성화될 다른 대안을 찾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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