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통-이달의 인물] 진주 선명여고 하혜민 양

이번 이달의 인물의 주인공은 선명여고의 배구부 주장이자 여자배구선수로서는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한 하혜민 양이다. 하혜민 양은 지난달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일반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혜민 양은 현역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구선수였고 우리지역 동명고 출신인 하종화(44)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장녀라 더 큰 화제를 낳고 있다. 또한 선명여고에선 동생과 함께 자매 배구선수로 맹활약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로 결심한 혜민 양은 고교 1·2학년 때는 오전 훈련을 한 후 배구부 동료가 휴식하는 시간인 4·5교시에 수업을 듣고, 다시 오후 훈련을 했다. 3학년부터는 오전·오후 수업을 모두 들은 뒤, 오후 5시부터 배구 훈련에 참가했다. 오후 7시에 집에 돌아와서 오전 2시까지 공부를 했다. 고교 1학년 때 반에서 5등 정도였던 성적이 졸업을 앞두고는 전교 1·2등까지 뛰었다.

혜민 양은 "솔직히 힘들었지만 나와의 약속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체육 교사나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혜민 양은 "더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다"며 "운동하는 후배들이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진주 선명여고 하혜민 양.

-여자배구선수로서는 최초로 서울대에 입학하게 되는데?

"네. 몰랐는데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관심 가져 주신 분들이 많은 만큼 또 한편으로는 제가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커지는 것 같아요. 배구뿐 아니라 운동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같이 병행하기가 쉽진 않아요. 하지만 제가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많은 운동 후배들에게도 나름의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대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한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거죠"

-대학생이 되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음… 일단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보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는 운동을 하다보니까 반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못하니 친해졌다가도 또 서먹해지고 이런 경우가 많았거든요. 또 운동으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다보니 보통의 친구들이 어떻게 놀고 어떤 문화를 즐기는지도 많이 궁금하고 경험도 해 보고 싶어요."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 아시겠지만 아버지 영향이 제일 컸어요. 그리고 제 둘째동생이 하나 더 있는데 둘째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어요. 동생이 운동하는 것을 보고 나도 동생처럼 잘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늦게 시동이 걸린 거죠. 피는 못 속이나봐요."

-선명여고에서 동생과 같이 배구를 했는데?

"동생이 저보다 훨씬 재능 있고 탁월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동생에게 오히려 많이 배웠죠. 그래도 제가 언니니까 동생이 힘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았어요. 라이벌요? 동생은 저하고 포지션이 달라서 딱히 그렇진 않아요. 배구에서는 같은 포지션끼리 라이벌 의식이 있거든요."

-여러 이유로 1년 유급하였다던데, 힘들지 않았나요?

"중학교 때였죠. 배구를 늦게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1년 정도 유급을 한다고 아버지께서 권유하셨어요. 아주 빠른 시기에 재수를 한 꼴이죠. 당시엔 늦게 시작한 운동을 따라 가야 했고 배구에선 아버지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시니 당연히 유급을 받아들였죠. 같은 나이 친구들이 한해 선배가 되고 한해 후배들이 동기가 되고 처음엔 좀 낯설기도 했는데 항상 같이 운동을 하는 선후배, 친구들이라 빨리 적응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운동 마치고 반에서 공부할 땐 친구들이 자꾸 언니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계속 언니라고… 수업에 참석 못할 때가 많고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았어요. 또 반 친구들이 배려를 잘 해 줬었고요."

-운동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 재밌는 점?

"글쎄요. 힘들었던 점은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나마 체력이 조금 좋은 편이라서 견딜 수 있었지 싶어요. 오전 오후로 운동을 하고나서 또 집에 가서 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니까 체력적으로 쉽지 않더라고요. 배구경기 중에 저는 블로킹이 참 재미있어요. 왜냐하면 상대 공격수의 강한 스파이크가 제 손에 딱 맞으면 그 짜릿함은 뭐라 표현 못할 뭔가가 있어요.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죠."

-운동과 공부, 어떤 게 더 힘든지?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일단 운동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취미활동도 아니고 전문적인 운동선수의 길을 걷는 엘리트체육이니까요. 늘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일이잖아요. 반복 훈련이고요. 저는 대학입시의 스트레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보통의 학생들이 공부로 힘겨운 노력을 하는 만큼 운동하는 친구들도 그 이상의 땀을 흘리고 있음을 편견 없이 보았으면 해요. 운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열심히 해야 힘들겠죠."

-최근 인터넷을 달군 얼짱 배구선수 곽유화 선수도 선명여고 출신이죠?

"그 언니하고는 경기도 같이 뛰고 그랬었죠. 곽유화 선배 외에도 선명여고 출신 선수들은 모두 한 미모들 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운동을 거쳐 프로생활을 하는 선배들은 그 자체가 존경스러워요. 그 길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죠. 후배로서 열심히 하고 있는 선배를 보면 뿌듯하고 막 응원해주고 싶고, 너무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요."

-배구선수 중 가장 존경하시는 분은.

"저는 운동하면서 현대건설 양호진 선수를 제가 제일 본받을 선수로 좋아했었거든요. '롤모델'이죠. 같은 포지션인 센터거든요. 그래서 애들하고 모여서 프로언니들 배구하는 경기를 볼 때 그 언니는 어떻게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분석하고 배우면서 닮고 싶어 했었어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서울대 입학을 하게 되면 못 배웠던 것들 전문적으로 막 배우게 될 텐데, 열심히 경험하고 공부할 계획이고 영어나 제2외국어 쪽으로 더 많이 배울 생각이에요. 지금 제 꿈은 체육 교사나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는 거예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좋은 선생님이 될지, 또 제가 해 온 운동과 관련해 멋진 스포츠 아나운서가 될지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게 늘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용환(진주기공1), 강백결(명신고2)기자(필통·http://www.ifeelt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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