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좋고 물속에서 움직임이 좋아 수영을 1년 넘게 했다. 그리고 지난해 추석 연휴를 맞아 태국 꼬따오 섬에서 스킨스쿠버 공인단체인 파디(PADI·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 자격증을 땄다.

다이빙 과정에는 8명이 참여했다. 강사는 다이빙은 생명과 직결되는 아주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절대 자격 미달인 사람에게는 자격증을 줄 수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파디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버디(buddy·상대방)'라고 불리는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버디끼리는 서로 지켜주고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버디가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팀워크가 중요하다.

자격증 과정이 시작되면서 우리 팀엔 큰 숙제가 생겼다. 팀원 중 한 명이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자꾸 하지 말라는 데로만 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 버디는 문제의 그 사람은 아니었다. 듬직하고 나를 잘 챙겼다.

이론 및 수영장 적응 훈련을 마치고 배를 타고 첫 다이빙을 위해 바다로 나갔다. 바닷속은 날씨도 안 좋은 데다 산호 산란기까지 겹쳐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시야가 좋지 않아 많은 것을 볼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평온하고 적막해서 두려움 따윈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물 밖에 있는 것보다 더욱 평온했다. 배에 올라왔을 때 나는 무사히 다이빙을 마친 데 감사했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사가 버디를 서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그렇다. 나의 버디는 무엇이든 반대로 하는 그 '청개구리'로 변경되었다. 물 밖에 있는데도 산소통 없이 물속에 있는 것처럼 숨이 턱 막혀왔다. 결국 이 불안감은 입수하면서 호흡 곤란을 가져왔다. 이대로 내려가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호흡과 물속에서 귀의 압력을 조절하는 이퀄라이징(코를 잡고 귀로 공기를 보내는 동작)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변경된 버디와 다이빙이 무사히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내 버디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바다 위로 올라갈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안전 정지를 하지 않고 바다 위로 튕겨 올라갔던 것이다.

안전정지란 일정 수심에서 체내에 축적된 질소를 배출해주고자 1~3분간 정지했다가 올라가는 것이다. 만약 이를 하지 않으면 체내에 질소가 축적되어 감각 이상 및 이상 행동을 보이는 감압병에 걸릴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나는 그 버디와 3번의 다이빙을 더 하게 되었다.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나도 내 버디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버디의 다이빙 실력은 회를 거듭하면서 좋아졌고 우리 팀 전부 무사히 오픈워터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단순히 물이 좋아 시작한 다이빙은 다이빙을 넘어 나 자신에게도 크나큰 숙제였으며 많은 생각과 경험과 깨달음을 주었다.

다이빙을 하면서 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언제 어디서든 내가 그 청개구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상상해본다. 그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게 아닌 잡은 손마저 놓아 버린다면 어떻게 될지.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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