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득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데, 할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설에 할배 산소 가자! 라고 생각하면서 공부를 하고, 할배 산소 앞에 돗자리를 펴두고 앞의 호수 같은 바다를 보면서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눈 감고 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설에! 산소 가면 꼭! 이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우리는 명절 때에 만나는 장소가 할아버지 댁이 아닌 장유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장유에 갔다가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고 장유까지 왔으니 그냥 어른들만 산소에 가자는 말씀을 듣고 산소에 가고 싶다고 강력히 주장을 해서 산소까지 따라갔습니다.

산소는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엄마와 아빠가 집안 어른들께 인사를 하고 오시는 시간에 우리는 먼저 산소로 갔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드릴 것이기에 가져온 소주와 과일을 차려두고 돗자리도 펴두고^^.

동생들과 함께 내일 할배 생신이라고 미리 생일 축하노래까지 불러드리고 있으니 어른들이 올라오셔서 간단히 인사도 드렸습니다.

절을 하고, 절을 하고, 아직도 할아버지께 두 번 인사드리는 것은 조금 어색합니다.

그렇게 인사를 드리고 저는 납골당(납골당의 모습이 산소 같은 모양이어서 제가 산소라고 표현을 했네요.) 안으로 들어가서 할아버지 단지의 이름 석 자를 만지작거리면서 인사도 하고… 마음속 작은 부탁도 드리고~.

그냥, 괜스레 산소에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할아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찾아갈 때 할아버지를 뵀을 때 마음은 살아계실 때와 같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드리고 제가 상상했던 것이라며 엄마 아빠가 계시는데, 돗자리에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그러니 동현이가 "아~ 누나 뭐하는데? 할아버지 계시는데 눕는 게 예의 있는 거가?" 에그… 애가 이제 제법 말이 늘어서ㅋㅋ.

"아니거든! 할배는 이게 예의 없다고 생각 안하시거든! 내가 맨날 할배 옆에서 방구 먹었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할배 방구는 달다고 나는 어렸을 때 할배 방구 먹고 자랐다고" 하시면서 저에게 장난을 치셨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고는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 깔고 누워서 상상했던 것을 만끽했습니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요즘은 할머니께서 시골에 계시면 추우시다고 고모 집에 계시는데, 오늘은 고모를 꼬여 우리 집에서 조금 놀다 가시라고 했습니다.

고모가 항상 할머니와 집에 계시면 힘들기도 하고 오늘은 그런 고모의 어려움을 조금 나누고자 할머니와 놀아드리자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할머니도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5년 전인가? 풍이 오시고, 그 뒤로도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까 조금 조금씩 편찮으셔서 지금은 거동도 불편하시고, 말도 조금 힘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 집이 5층이니ㅠㅠ 일단 올라가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오셨었는데, 요즘은 속이 좋지 않으셔서 식사까지 제대로 하지 못하셔서 힘도 없었습니다.

올라오면서 여러 번 쉬시는 할머니가 미안해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따라 옆에 앉으면서 "할머니~ 천천히 올라가요~ 괜찮아요~"를 여러 번 말씀 드렸습니다. 민망하셨는지, 할머니와 함께 그냥 마주보면서 웃기도 했습니다.

할머니(오른쪽)와 나.

아빠랑 같이 잡아드리면서 올라오는데,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다가 두 손을 잡아 드리고 제가 앞에서 아빠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서로가 제일 편하다는 것을 알고는 나머지 2층은 힘을 덜 들이고 올라올 수도 있었습니다.

할머니랑 올라오면서 쉬고 하면서 그냥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열심히 하기 시작한 것이 중3 학기 초였는데,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를 보고 인상 깊어 썼던 블로그의 글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해서 썼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친해지시면 좋겠다고.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 글이 신문에 실리고 제가 할아버지께 말씀드리니 할아버지께서 내용은 읽어보지도 않으시고 손녀딸 글이 신문에 실렸다고 고성 관공서에 자랑하시러 가셨다가 부끄러움을 받으셨다는 일화도 남아 있습니다.

그때 썼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많이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지금은 할머니가 혼자계시네… 라는 뭔지 모를 공허함? 물론 저희가 있으니까 혼자는 아니지만!

가끔씩 고집부리는 할머니 보면서 조금만 아빠 말씀 듣고 따르셨으면 좋겠다…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렇게 안하면 아빠가 힘드니까.

할머니 모시고 올라오면서 그냥 이것저것 생각 많이 했습니다. 할아버지 생각도 하고 할머니 생각과 아빠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 고모랑 데이트하러 도넛가게 갔다가 커피 마시고 빵 먹고 와서 배가 불러서 거실에 잠깐 나갔더니 할머니가 아직도 안 잤냐고 하면서 옆에 앉으라고 하십니다.

할머니랑 놀러 가야지!ㅎㅎ

/허재희(유별난 첫째·http://herjaehu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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