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신지환(31)·이미선(29) 부부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이 둘을 더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남자들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에서 여자들이 정말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 부부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신지환(31)·이미선(29) 부부는 6년 넘게 연애하고 지난해 11월 30일 결혼했다. 둘은 대학생 시절 캠퍼스 커플이었다. 지환 씨는 제대 후 2007년 봄에 복학했다. 회장으로 있는 친구를 도울 겸 해서 테니스동아리에 가입했다. 미선 씨는 이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던 터였다. 동아리 회장과 지환·미선 씨는 MT 사전답사에 함께하는 등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 지환 씨는 자연스레 미선 씨를 마음에 담게 되었다. 미선 씨 또한 싫어하지 않는 듯한 느낌에 지환 씨는 자신 있게 고백했다.

   

"제가 이벤트 같은 거 할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백하는 자리라 나름 준비했어요. 케이크에 촛불을 켜서 '이 불을 끄면 우리는 사귀는 거다'라고 말했죠. 그런데 아주 시원하게 불을 끄더라고요. 하하하."

지환 씨는 복학하고 채 두 달도 안돼 연애를 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데이트는 주로 학교 운동장에서 했다. 지환 씨는 운동, 특히 축구를 즐겼다. 학과 축구동아리 회장까지 맡아 공 차는 것에 열중했다. 여자친구 처지에서는 정말 별로일 수 있는 남자친구다. 그런데도 미선 씨는 늘 함께했다. 빠짐없이 운동장을 지키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주위에서는 '정말 좋은 여자친구 뒀다'며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어김없이 운동장에 나와 있던 미선이가 갑자기 사라진 거예요. 친구들이 '운동장에 함께 나오는 것도 한두 번이지…. 너는 이제 큰일 났다'라고 하데요. 화가 나서 사라졌나 싶어 찾아 나서려는데, 미선이가 저쪽에서 걸어오는 거예요. 양손에 먹을거리를 한가득 쥐고 말이죠. 사람들 간식거리를 사러 갔다 온 겁니다. 그때 '아, 이런 사람이라면 정말 평생 함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미선 씨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다. 육상·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직접하고, 또 보는 것도 즐긴다. 미선 씨 스스로 "오빠가 공 차는 거 옆에서 보면 나도 신 나고 너무 좋다"는 말은 허투루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녀가 제대로 만난 것이다. 하지만 지환 씨는 미선 씨의 그 배려가 더 특별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제가 공대생이다 보니 학교 때 시커먼 남자 놈들이랑 술도 자주 먹었죠. 그런데 미선이는 그런 자리에 늘 함께했어요. 공대생들이 나누는 따분한 이야기, 때로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도 잘 들어주며 분위기를 맞췄어요. 정작 본인은 소주 한잔도 제대로 못 마시는데 말이에요. 그렇다고 친구들 앞에서 제가 잘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캠퍼스 커플로 둘만의 독특한 데이트를 즐겼다. 대학 졸업 때까지 거의 매일 얼굴을 봤다. 졸업 후 직장 문제로 3년 정도 통영·의령에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이러한 지난 시간이 있었기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래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결혼 이야기가 오가게 됐고, 말 나오기 무섭게 양가 상견례를 거쳐 결혼식까지 올렸다.

지환 씨는 결혼 청첩장을 돌릴 때 친구로부터 '이제 행복 시작'이라는 덕담을 들었다. 이제 두 달밖에 안 됐지만, 그 말에 100% 공감하고 있다.

"친구들한테 그러죠. '나처럼 보고를 잘해야 한다'고 말이죠. 저는 술자리가 있거나 다른 사람과 일이 있으면 미선이한테 모두 다 말해요. 제가 달콤한 애정표현 같은 건 못하지만, 이런 게 저만의 또 다른 표현 방법인 거죠.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겁니다. 지금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믿음을 더더욱 키워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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