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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냉동식품 수만 원 내고 먹고 싶습니까

[까칠한 맛 읽기] 뷔페를 말하다

박정연 기자 pjy@idomin.com 2014년 01월 29일 수요일

오랜만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싶다면 뷔페 차림상은 권하지 않는다. 한 명이 음식을 가져와 앉으면 옆에서는 일어나 음식을 향해 달려가기 바쁘다. 좀처럼 대화를 할 수가 없는 패턴이다.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까지 갔는데 대접받은 음식이 1인당 5만 5000원이나 하는 뷔페였다. 가격에 놀랐다가 제값 못하는 음식 맛에 더 놀랐다.

심지어 1시간 30분이라는 제한 시간까지 있었다. 여유로운 대화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접시에 코를 박고 그저 먹기에 바빴다.

두 접시를 먹고 나니 벌써부터 배가 불러온다. 평소 양보다 훨씬 적게 먹었는데도 입안이 까칠하다. 급한 마음에 잡다하게 섞어 먹다 보니 맛을 잃어 버린 결과다.

◇맛있는 음식 vs 배부른 음식 = 뷔페 하면 떠오른 것이 배부른 음식이다. 좀처럼 맛있는 음식으로 연상되지 않는 건 이미 재료 자체가 신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냉동 가공식품을 식재료로 쓰고 있다고 한다.

'뷔페 레스토랑의 냉동 가공식품 이용 실태조사'(이상귀·2012)라는 논문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 1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9%가 10가지 이상의 냉동 가공식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 우동류가 74.8%로 가장 많고, 교자만두, 해물동그랑땡, 고기동그랑땡, 탕수육, 김치만두, 오징어류, 감자튀김, 새우가스, 돈가스, 생선가스, 고기 미트볼, 크로켓, 지짐류, 햄버거 순으로 많이 쓰였다.

재료만 문제가 아니다. 잦은 조리사 교체도 맛을 떨어뜨린다. 앞서 논문에 따르면 뷔페 레스토랑에는 정규직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결국 싼 인건비와 값싼 식자재비라는 토대가 없다면 갖가지 음식을 늘어놓는 뷔페를 경영하기는 쉽지 않다.

요리사들은 일반 뷔페 식당 요리사를 '정식 요리사'로 보지 않는다. 기계에 밥알을 밀어넣어 나온 뭉치로 스시를 만드는 것을 보라. 먹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져 나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한 대학교 앞에는 1인당 7000원 하는 '라면 뷔페'가 생겼다. 음식의 질이야 어떻든 '무조건 배불리 먹여주겠다'는 업자의 발상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요리라고도 할 수 없는 라면을 7000원씩이나 주고 양껏, 배불리 먹고 싶은 사람이 많을까. 진열대에는 갖가지 라면이 종류별로 놓여 있다. 여기에 일명 토핑이라 불리는 어묵, 만두, 비엔나 소시지, 샤부샤부 쇠고기, 건새우 등을 추가할 수 있는 전략을 내세웠다. 솔직히 언제까지 문이 열려 있을지 의문이다.

   
  뷔페 음식. /박정연 기자  

◇변질된 뷔페 문화가 과식 불러 = 뷔페는 해적들이 음식을 먹던 방식이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바이킹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돌아와 승리를 자축하며 각자 가족들이 준비해 온 닭이나 오리 구이를 쭈욱 차려놓고 먹은 데서 유래했다. 뷔페란 음식을 늘어놓고 먹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어로 바이킹 요리를 스뫼르고스보르드(smorgasbord)라고 한다. '그러모은 것', '잡동사니'라는 뜻이다. 스뫼르(smor)는 버터를 바른 빵, 고스(gas)는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 구이, 보르드(bord)는 널빤지를 말한다.

한국에서 뷔페는 '무제한 먹는 음식'으로 통용되는데, 이는 일본의 바이킹 식당과 유사하다. 일본에서는 무제한으로 양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바이킹 식당이라고 한다.

음식을 늘어놓고 먹는 뷔페 문화에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판매 전략을 끼워넣은 형태다.

일본에서는 무한정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다베호다이(食べ放題·마음대로 먹는다)라고 한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안에 요리를 주문해서 무한정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뷔페는 가볍게 먹는 음식 문화를 뜻한다. 즉 앉아서 풀 코스 순서대로 음식을 기다리며 먹는 방식이 아닌, 큰 접시에 미리 준비된 음식을 각자 작은 접시에 알맞게 덜어 먹는 방식이다.

뷔페(buffet)는 프랑스어로 식기장·찬장을 말하지만 '점심·가벼운 음료 등을 놓는 테이블'과 '열차나 극장 안의 간이 식당'을 뜻하기도 한다.

한국의 뷔페 문화는 음식을 종류별로 잡다하게 차려놓고 자신의 위를 무한정 채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먹는 방식이 아니다.

'늘어놓고 먹는다'는 의미의 뷔페가 '무제한으로 먹는다'는 의미의 뷔페로 변질된 것이다.

   
  뷔페 음식.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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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